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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도 의결권, 아파트 관리 투명성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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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앞으로 세입자도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집주인이어야 가능한 동대표에게만 입주자 대표회의 의결권을 주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집주인들의 무관심으로 동대표를 선출하지 못해 대표회의 의결정족수가 미달되면 세입자를 포함해 전체 거주자 총 투표로 안건을 결정하게 된다.

국토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입주자 대표 권한 견제 위해
감사 늘리고 관리소장 권한 확대
지출 내역도 매월 공개 의무화

국토교통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안을 다음달 23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공동주택관리법이 제정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은 그간 비리의 온상이었던 입주자 대표회의에 대한 감시와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매년 1~10월까지인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 기간을 회계연도 종료일로부터 7개월 이내로 규정했다. 외부회계감사는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이라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단지마다 입주시기가 달라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이와 함께 결산서·장부 등으로 모호했던 외부회계감사의 대상을 ▶재무제표 ▶운영 성과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등으로 구체화했다. 또 감사보고서 발행은 감사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해야 하고, 감사 결과에 대해선 입주민에게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입주자 대표회의 감사 인원도 현재 한 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특히 감사에겐 대표회의에서 의결한 내용에 대해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관리소장만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데 입주민과 관리소장의 관계가 갑을 관계인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감사는 또 관리주체 변경으로 인한 업무 인수인계 때 반드시 참관해야 한다.

관리소장이 지켜야 할 의무사항도 늘어난다. 입주자 대표회의에 올라갈 안건을 관리소장이 먼저 검토해 회장과 감사에게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또 매월 작성한 장부와 예금통장·잔액증명서 등의 증빙 서류를 대표회의에 보고하고, 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거나 입주자에게 개별 통지해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아파트 관리업체 사장은 “감시를 강화하고 견제장치를 둔 것은 비리 근절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그러나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의 꾸준한 관리감독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입주자 대표회의에 세입자의 참여도 가능해진다. 동대표를 선출하지 못해 입주자 대표회의 의결정족수가 미달되면 세입자를 포함한 입주자 총 투표를 통해 안건을 결정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나머지 동대표가 알아서 안건을 결정해 책임 소재 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무보수 봉사직인 데다 집주인의 무관심으로 동대표를 뽑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국토부 김종학 주택건설공급과장은 “대표회의에선 관리비 인상 등 실제 집에 살고 있는 사람(세입자)에게 필요한 안건이 주로 다뤄지는 만큼 세입자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동대표가 회장과 감사를 뽑게 돼 있는 500가구 미만 공동주택도 앞으로는 주민이 직접 회장·감사를 선출할 수 있게 된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규칙 제정안은 국토부 홈페이지(www.moli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법예고 기간 중 의견은 홈페이지나 우편, 팩스 등으로 제출하면 된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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