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조·중·동 때리는 방송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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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을 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젖은 것일까. 요즘 방송의 신문 비판 프로그램을 보면 납득하지 못할 대목이 한두곳이 아니다.

지난 5일 KBS의 '미디어 포커스'. 한 주민을 인터뷰한 후 "이미 경품이 신문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었다"고 과감히 단정했다. 세 신문의 무가지가 하루 1백50만부에 달한다고도 했다. 조사기관도, 검증도 빠진 '용감한'보도다.

8일 MBC 'PD 수첩'은 한술 더 떴다. 신문이 권력 그 자체가 됐다고 비판했다. 당연히 초점은 조.중.동이었다. 거대 신문들이 사주의 입김을 받아 정부를 비판하고, 정부는 '가련한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모 신문은 정부에 이권을 부탁했다가 거절당하자 채찍을 들었다고도 했다.

또 1999년 옷 로비 사건을 신문의 과잉경쟁이 빚은 오보라고 지적했다.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특정 신문이 개각 특종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현장을 지킨 기자로선 웃음만 나온다. 그 기사 하나 놓친 분풀이로 오보를 양산하며 6개월을 고생했다? 방송은 신문의 오보를 견제하며 최대한 자제했다? (당시 검찰청은 중계차 때문에 무척이나 혼잡했다.)

신문은 성역이 아니다.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소나기식 미디어 비평은 주요 신문들에 대한 현 정부의 비판과 무관한 걸까.

막강한 전파의 영향력을 과점한 방송사가 신문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앞뒤가 맞는 걸까. 한시도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들이 제 눈의 '들보'부터 뺐으면 싶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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