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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밥 푸드트럭서 콘서트 감성도 함께 파는 김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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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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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프리미엄웨더 대표는 “푸드트럭을 움직이는 공연장으로 만들어 전국을 누비고 싶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2일 저녁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신나는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악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트럭 한 대가 나왔다. 복고풍의 바(bar)처럼 개조된 트럭 앞에서 공연이 한창이었다. 바쁘게 걷던 사람들이 트럭 앞에서 멈춰 여유를 즐겼다.

'프리미엄웨더' 대표
청년예술가에게 무대 제공
시민들에겐 작은 여유 선물

이 트럭의 주인은 김진석(31) 프리미엄웨더 대표다. 김 대표는 2013년 6월부터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옆에서 푸드트럭 ‘레인 칵테일’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미엄웨더에는 김씨의 ‘레인 칵테일’ 외에도 핫도그와 컵밥을 파는 ‘맨하탄 핫도그’, 피자를 파는 ‘나폴리 피자’ 등 세 개의 푸드트럭이 있다. 최유정(35), 김겨울(26)씨가 함께 운영한다.

“소소한 감성을 팔아 보자는 꿈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작은 여유와 감성을 즐기는 게 성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여유가 사치라는 편견을 깨 보고 싶었어요.” 프리미엄웨더의 푸드트럭은 음식만 팔지 않는다. 트럭에서는 미니 콘서트, 아트 체험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어우러진다. 지난해에는 20회에 걸쳐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주로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은 청년 예술가들이 주인공이었다. 다양한 청년 예술가들이 자신의 끼를 펼쳐 보였다. 큰 호응을 얻으면서 푸드트럭이 위치한 송도 센트럴파크 거리는 새로운 문화·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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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김씨는 생전 처음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 장치를 세팅하는 일을 해봤다. 푸드트럭에서 나온 수익의 대부분은 미니 콘서트 준비에 쏟아부었다. 앞으로도 그는 콘서트와 아트 체험 외에 다양한 문화 행사를 확대해 갈 생각이다. 김씨는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은 청년 예술가들에게 일단 무대를 제공하면 이게 계기가 돼 다른 기회를 얻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원래 김씨의 꿈은 부모님의 뜻을 좇아 한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한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하던 중 과연 한의사가 진정 자신이 원하는 미래인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김씨는 자신의 행복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작은 여유’와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이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었다. 군대에 다녀온 뒤로는 직접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아놓은 돈 800만원으로 중고 트럭 한 대를 구입한 뒤 직접 내부 인테리어를 꾸몄다. 트럭에 올드팝 CD와 LP, 스피커 등을 옮겨 놓으니 근사한 미니 바가 탄생했다.

김 대표의 꿈은 푸드트럭으로 도시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홍대 거리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자유로운 공연을 다른 도시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푸드트럭이 움직이는 공연장이 되는 거지요. 감성과 문화가 담긴 푸드트럭으로 제가 느꼈던 행복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글=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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