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금감원 사칭해 5억 꿀꺽…20대 보이스피싱 일당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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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총책의 지시를 받고 억대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인 ‘무서운 20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올해 2월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서울·경기·충북 지역에서 11회에 걸쳐 5억 4000여만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을 사기혐의로 구속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주범 이모(24)씨를 비롯한 조직원 5명은 모두 20대 초반의 남성으로 가까운 선후배 사이였습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돈을 받아내는 대담함을 보였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9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들로부터 범행수법을 전수받았습니다. 3개월 간의 ‘보이스피싱 유학’을 마치고 12월 귀국한 이씨는 곧바로 조직원을 모집했습니다. 사회 후배인 A(22)씨를 끌어들였고, A씨는 동네 친구 3명을 수금책과 감시책으로 가담시켰습니다.

이들은 지난 2월 25일부터 범행을 시작했습니다. 중국 총책이 제공한 개인정보 목록을 보고 무작위로 전화를 돌렸습니다. 피해자가 전화를 받으면 ‘금감원에서 전화했다’고 속인 뒤 ‘계좌 명의가 도용돼 고소장이 접수됐으니 예금이나 적금을 안전하게 이동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의심하던 피해자들도 ‘직접 만나겠다’는 말에 예금을 인출해 들고 나왔습니다.

금감원 강○○ 대리입니다. 예금은 저희가 안전하게 보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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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00 대리 위조 신분증

수금책들은 모두 본인의 사진이 들어간 금감원 신분증을 갖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현지 조직에서 그들의 사진이 들어간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준 겁니다. 모두 ‘강○○’라는 같은 이름이 들어간 신분증에 사진만 바뀐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이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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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00 대리 위조 신분증

피해자들은 이들에게 각각 수천만원씩 목돈을 건넸습니다. 이씨 등은 이런 방식으로 5억 4000만원을 챙겨 중국으로 송금했고 8%를 수수료로 챙겼습니다. 이들은 가로챈 돈을 모두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동일한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가로챈 또다른 일당도 붙잡았습니다. 조모(29)씨 등 7명은 올해 초 4차례 보이스피싱에 성공해 8000만원을 챙겼습니다. 이후 성매수남 1160명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협박전화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성매수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했지만 전화를 받은 10명이 모두 ‘경찰에 신고할테면 신고하라’고 전화를 끊어 돈은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경찰이 붙잡은 두 일당은 중국 내 같은 조직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현지 총책을 추적하면서 국내 또다른 공범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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