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실세화되면…|업종별 이해득실을 따져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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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환율실세화 논의가 많이 일고 있다. 환율을 안 올려도 문제가 있고 올려도 문제가 있다. 업종마다 회사마다 이해가 다르다. 수출비중이 크거나 국산화율이 높을수록 득이 많고, 외국 빚을 많이 안고있거나 외산원자재를 많이 쓸수록 실이 많다. 각 업종별로 득실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종합무역상사|수출비중 높아 수지 좋아져 종합상사>
국내 수출의 절반 가까운 몫을 담당하고있는 종합상사들로서는 환율의 실세화는 소망스러운 일이다.
환율실세화 논의가 바로 수출부진을 타개해보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고 그것은 곧바로종합상사의 이해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원화가 달러를 제외한 엔·마르크·파운드·프랑화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고평가 돼 있고이에 따라 유럽·일본·아프리카 등지로의 수출이 극도로 부진하기 때문에 환율인상은 우리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이 지역의 수출부진을 타개하는데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다.
더욱이 국내 종합상사의 기능이 수출일변도로 수입기능은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수입이위축됨으로써 보는 손실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유도입물량이 많은 럭키금성상사·(주)선경 등은 다소 마이너스효과도 있겠지만이로 인한 실보다는 득이 많으리라는 판단이다.
또 종합상사들이 해외에서 빌어 쓴 돈에 대해 지급부담이 늘어난다는 면은 있으나 당장의수출 부진이「발등의 불」이기 때문에 환율실세화를 바라고 있다.

<설비투자 한창진행 승용차 국산화98%|자동차>
자동차부문은 환율조정의 경우 주름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가 각각 30만대와 16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해 한참 설비투자를 진행중이고 그것도 대부분 일본기계류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투자부담도 문제지만 상당기간에 걸친 원리금상환부담도 커지게 마련이다.
이런 사정은 정부의 투자조정전면해제로 2년후 승용차를 생산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계획하고있는 기아산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원자재공급 면에서는 별로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승용차의 경우98%까지로 국산화가 완성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수출면을 보면 환율조정으로 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자동차는 요즘 수출이 늘어나 금년중5만대 정도가 나갈 전망으로 수출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어 수출효과가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특히 환율조정이 있을 경우 유럽통화의 상대적인 회복이 기대되기 때문에 작년 1만대 정도였던 대유럽 승용차 수출은 증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전자|전자부문 시설투자 거의 마쳐 경쟁강화효과>
환율의 실세화는 전자부문의 경우에 경쟁력 강화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는 큰 덩어리의 설비투자가 일단 끝난 상태다. 삼성반도체는 이미 작년에 2백56KD램 생산을 위한 설비를 발주해놓았고 현대전자도 반도체시설이 거의 완성단계에 와 있다. 금성사도 작년에 평택의 사무자동화기기공장을 끝냈고 대우전자는 구미가전제품공장의 증설을 완료했다.
원자재 수입은 다른 부문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며 컬러텔리비전의 경우 국산화율이 90%이상이다. 따라서 국산화율이 높을수록 환율실세화의 이익이 클 것이다.
우리나라 전자제품은 경쟁국인 대만의 제품에 비해 전반적으로 품질은 우수한 것으로 평가돼 왔고 다만 약세라면 가격 경쟁력이 지적돼 왔다.
따라서 환율이 조정되는 경우 그동안의 가격경쟁력 약세는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유럽통화 약세 호전 출혈수출 지양가능|섬유>
달러화의 강세와 이에 따른 유럽통화의 상대적인 약세로 적지 않은 타격을 본 것이 섬유류 수출이다.
금년 1월 한달 동안 섬유류 수출은 4억7천9백만 달러로 작년동기의 5억3천만 달러에 비해9·6% 감소했다.
이 같은 섬유류의 수출부진은 물론 미재고누적 요인도 있지만 대유럽수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환율이 조정되고, 특히 유럽통화에 대한 고려가 이에 반영될 경우 사정은 다소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수출비중이 상당히 높은 섬유업계는 바이어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출혈수출까지 해 온 형편이다.
정부는 이 같은 곤경을 겪어온 섬유원자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크릴방적사와 폴리에스터SF사의 가격을 인하할 방침을 세웠다.
물론 대규모업체의 경우 노후시설개체를 위한 설비투자가 진행되는 곳도 있지만 당분간환율로 인한 설비투자의 부담가중은 크게 없으리라는 것이 상공부의 진단이다.
원자재도 원모·원면 등이 있지만 추가부담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정유·석유화학|정유업체 생산원가에 그대로 반영, 오른 만큼 더 물어야>
정유업계는 환율상승을 가장 겁내고있다.
제조원가중 원유 값의 비중이 90%가 넘어 환율변동이 거의 그대로 생산원가에 반영되는 데다 제품이 모두 내수여서 환율이 오르는 만큼 추가부담을 안게된다.
정유업계의 추산으로는 그동안의 환율상승으로 정유업계에 누적된 부담은 1천4백80억원(2·7%상승요인)이며 현환율이 연말까지 그대로 간다하더라도 3·5%의 인상요인을 추가로안게돼 현 단계에서만 당장 6·2%의 유가를 올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환율이 오르면 이런 몸살은 더욱 커진다.
석유화학업종도 정유업과 마찬가지다. 환율이 오르면 주원료인 납사가격이 연동돼 오르고원가부담이 커진다. 납사가격상승에 맞춰 석유화학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외국과의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간 3억달러 어치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나 원료인 납사의 원가비중이 75%를 넘어 환율이 오르더라도 수출에서 얻는 이익은 별로 없다.
환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정유·석유화학업종은 「득」보다 「손」이 큰 것이다.

<시설국산화율 높아 외채부담 적어 유리|해운>
해운의 경우 달러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지므로 수입과 지출 중에 어느 쪽이 많으냐에 따라득실이 엇갈린다.
우리 해운업계의 경우 현재 상당한 외채와 적자영업을 계속하고있어 환율이 인상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배 살 때 빌어쓴 외채의 상환부담뿐만 아니라 달러로 당장 지급해야할 각종 장비 값·배수리비용·기름 값 등이 문제다. 달러로 받는 운임수입이 괜찮아서 이 돈으로 모든 지출을메울 수 있다면 문제될게 없지만 크게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신발·타이어>
신발업계는 환율이 인상되면 크게 덕을 보는 업종 중의 하나다. 우선 원자재와 시설투자면에 있어 국산화율이 매우 높아 타업종에 비해 외채부담이 적은데다 그동안 유럽화에 대한원화의 절대강세로 가격경쟁이 안 돼 크게 밀렸던 유럽시장의 실지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주경쟁상대인 타이어업계는 생고무·석유화학등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있어 환율이 인상되더라도 크게 나아질 것은 없고 오히려 실이 많으리라는 예상이다. 게다가 시설투자에 있어 70∼80%가 외채를 끌어다 썼기 때문에 원리금 상환부담도 크다.
다만 일본의 엔화에 대해 강세였던 원화가 실세화 될 경우 해외시장에서 일본제품에 대한한국산타이어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가격겅쟁을 통해 수출물량은 약간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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