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화해무드와 한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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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르바초프」의 집권을 계기로 중소화해는 한층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공당총서기 호유방은 그의 소련측 카운터파트인 「고르바츠프」의 취임때 축하메시지를 보냈고「체르넨코」의 장례식에 중공의 조문사절단장으로 참석한 중공부수상 이봉은 지금까지 사회제국주의로 불러온 소련을 「위대한 사회주의 이웃」이라고 불렀다.
또 북경의 소련대사관에 마련된 「체르넨코」빈소에 중공당상임위원장 방진이 당을 대표하여 직접 조문했다.
이같은 사실은 중소관계개선의 새로운 조짐들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 중소간에는 정부대 정부관계는 재개돼 왔으나 당과 당사이의 관계는 66년3월이후단절상태에 있였다.
이런 점에서 이번 중공당대표들의 대소행위는 그같은 당관계마저 재개하려는 신호로 볼수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중소관계가 50년대 전반의 밀월시대로까지 발전시키지는 않겠지만 20여년에 걸친 양국간의 적의를 크게 완화·해소해줄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이러한 중소관계의 변화는 중소대립을 전제로 짜여져온 미국의 대소전략에 중대한 영향을미치게될것이다.
중공은 그의 국제적위치와 거대한 잠재력때문에 미소강대국의 세력경쟁 게임에선 매력적인 카드였다.
처음에 소련에 쥐어져있던 이른바 이 차이나카드는 60년대초에소련을 떠나 72년 「닉슨」의북경방문이후는 미국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근년들어 이 카드는 다시 미국을 떠나 미소의 어느 편에도 쥐어지지 않고 독자적인중공자신의 카드로 정립되기 시작했다.
「고르바초프」의 등장을 계기로 그같은 경향은 더욱 확고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근대화 추진을 위해 온 국력을기울이고 있는 중공은 이를 성공적으로 달성키 위해서는 평화적인 국제환경과 국방비 삭감을 통한 재정난 해소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중공의 근대화에 미국의 기술과자본이 절대부가침하지만 중공이 대미밀착과 대소적대에 한계를 두지않을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등소평호유방체제가 미국·일본에접근해가자 소련은 미-일-한-중공으로 연결되는 국제적인 반소련합전선이 동아시아에 형성되고 있다는 판단아래 소련의 극동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에도 적극성을 보여왔다.
이것은 미중접근이후 이 지역에서 안보·군사상의 개임과 부담을줄이려는 미국의 정책과는 대조적인 것이었고, 그것은 우리의 안보에 위협적인 요인으로 등장해왔다.
이제 중소관계가 다시 개선되고세계가 미·중·소의 등거리 3각체제로 전환되면 그같은 소련의 동아시아정책도 완화되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분명히 지금 북방관계는 중요한변화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 우리정부는 주변환경의 변화를예의 주시하고 정확히 판단하여 북방외교전개에 추호도 차질이 없어야 한다.
그것은 대중·소관계의 원만한 균형과 이를 바탕으로한 북한의 도발견제, 남북대화의 진전으로 나타나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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