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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은 선물 아닌 세금청구서, 예산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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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더불어민주당은 31일 평균 409만원 수준인 국공립대 등록금을 사립대 등록금(733만원)의 3분의 1 수준인 250만원 선으로 낮추고, 연 2.7%인 정부의 학자금 대출 금리를 무이자로 전환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안
선거 코앞 포퓰리즘 공약 많아
당 공약 미리 밝혀 선관위 검증을

더민주 최운열 국민경제상황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두 공약을 위해 매년 8700억원과 21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실장은 이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학자금 대출 금리를 2.5%로 낮추는 공약을 이미 발표했다.

여야는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퍼주기 공약’을 계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더민주 전신)이 내놓았던 그런 포퓰리즘성 공약 중엔 실행되지 않은 것이 수두룩하다. 고교 무상교육 단계적 실시, 전·월세 상한제 제한적 도입, 서민 의료비 경감을 위한 의료안전망 기금 설치, 생애 첫 중소기업 취업자 공공임대주택 우선 분양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도 총선 공약이 100%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대통령 등 행정부의 입장이 다를 수 있어 정책으로 바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여야가 공통으로 내놓은 공약조차 이행되지 못한 건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다수당이라고 법안 처리를 강행할 수 없으니 여야가 공약 이행을 위해 협력과 경쟁을 병행해야 한다”며 “공통 공약은 함께 처리하고 이견이 있는 공약은 경쟁하거나 협의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든 이런 태도가 있어야 유권자들에게 내놓았던 공약을 최대한 실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선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교수는 “자원은 한정돼 있고 경제성장률은 낮아지는데 고령화와 청년실업, 보육 등 국민의 요구는 늘고 있다”며 “정당이 공약을 만들 때 어떻게 예산을 투입할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재 사무총장도 “정치권이 많은 예산이 드는 선거 공약을 발표하지만 자기 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며 “공약은 선물 보따리가 아니라 세금청구서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총선 공약을 발표하면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자체 예산 추계 내용을 공약집에 실었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는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 공약집에 예산 추계 항목을 아예 싣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국회의원을 지낸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선거 3개월 전쯤 정당이 공약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면 선관위가 위원회를 꾸려 2개월 정도 검증을 거친 뒤 소요 재원이 얼마고 실현 가능성이 어떤지 분석을 해서 선거 한 달 전에 발표해 유권자가 알게 하자”고 제안했다. 박 이사장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발표하는 공약일수록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만큼 공약을 급조하는 걸 막을 수 있고 무리한 퍼주기도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탁·강태화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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