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산지안(신삼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공에서는 요즘「신 산지안」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한자로는 「신삼건」이라고 쓴다.
채색전시궤, 전빙상, 전창궤-
중국사람들이 말하는 「신 산지안」이다. 바로 컬러 TV, 냉장고, 카세트를 두고 하는 얘기다. 『이것 하나 가졌으면…』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가 보다.
재미있는 사실은 등소평이 「중공식 사회주의」를 주장하고 나서 그런「신 산지안」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공식 사회주의」이전인 지난 30년동안 중국사람들의 한결같은 꿈은 자동차, 손목시계, 재봉틀을 갖는 일이었다.
그 꿈은 이제 「노삼건(노삼건)」으로 사라지고 지금은「신삼거(신삼건)」의 시대가 되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 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 최근호는 「중공식 사회주의」이후의 변화를 더 실감있는 숫자로 설명하고 있다.
-지난 6년동안 중공농민의 소득은 년1백20달러로 l백30%의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음식점, 각종 소매점 가운데 80%는 개인소유로 지난 78년이래 개점한 것들이다. 외국인 직접투자 액수는 총80억달러 이상. 1인당 은행 저축은 평균 38달러(약3만원). 자영업에 종사하고 이는 사람이 7백50만명으로 지난 6년동안 53배나 늘어난 숫자다. 1979년이후 농촌수학은 8%증가.
최근 중공정부의 관광 안내원은 년간 1만달러의 소득을 올린 「부자농부」를 외국인을 위한 관광코스에 포함시키고 있다.
지난해는 중공매스컴들이 공산당정권이후 최초의 자가용차 소유자를 영웅적인 인물로 소개한 일이 있었다. 그는 양계업자였다.
월드 리포트지의 표현을 빌면 지금 중공에선 자유기업 붐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하르빈시는 비닐 소퍼가 길거리를 메우고 있다. 모두 사기업에서 만든 상품들이다. 북경정부는 요즘 노동자들의 낮 휴식시간을 없애버렸다. 그만큼 바쁘다는 얘기다.
물론 중공엔 어느새 자본주의적 고민이 움트고 있는 면도있다. 사회주의적 복지가 줄어들고 인플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윤 추구를 위한 경영합리화는 많은 실업자를 만들어냈고, 빈부 격차의 심화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마르크스-레닌 체제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에 대한 적적한 해답이 없다는데 있다. 소련의 한 지식인이 체념한 목소리로 한말-,『오늘의 영국이 이룩되기까지는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이후 8백년이 걸렸다』는 것이 월드 리포트지의 결론이었다.
오늘 사회주의자들은 8백년이 아니라 부지하세월을 기다려야 하다는 것이다.

<고침> 어제 일부 본란에서 1백명중 1명은 「1백명중 4명」의 착오였읍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