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없이 월 25만원, 인천 송도 근로자 기숙사 연말 입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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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경제자유구역 입주기업의 1인 가구 근로자들을 위한 ‘통합 기숙사’가 지어져 이르면 연말께 문을 연다. 단일 기업이 아닌 지역 입주기업의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국내 첫 통합 기숙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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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조감도. [사진 라이크홈]

22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에 따르면 ‘통합 기숙사’는 송도 5·7공구(송도동 207-3번지) 일대 8000㎡ 부지에 들어선다. 지하 1층, 지상 21층 규모다. 통합 기숙사 건설·운영 사업자로 선정된 라이크홈㈜은 750억원을 투입해 객실 1261개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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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방. 크기는 22.4㎡다. [사진 라이크홈]

방 크기는 22.4㎡(6.8평) 안팎으로 1인실과 2인실로 이뤄졌다. 기숙사 사용료는 1인실 기준 월 45만원, 2인실 월 50만원(1인당 25만원)이다. 보증금은 없고 난방비 등 관리비만 별도로 내면 된다. 송도 지역의 비슷한 규모 오피스텔이 500만~1000만원 보증금에 월 50만~60만원씩을 내는 데 비해 저렴하다.

국내 첫 지역 기업들 통합 숙소
삼성바이오 등 4개 기업 계약

방 안에는 침대·옷장·신발장·TV 등은 물론 간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싱크대 등도 설치돼 입주자는 몸만 들어가면 된다. 카페와 피트니스 시설, 옥상정원, 택배보관실 등도 마련될 예정이다. 각 방에 냉·난방 시설을 별도로 설치해 쓰는 만큼 요금을 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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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는 남녀 동으로 분리·운영된다. 전용카드가 있어야 문이 열리는 스피드 게이트도 설치해 보안을 강화했다.

개인에게 분양·임대되는 형식이 아닌 입주기업이 기숙사 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맺어 1인 가구 근로자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5년 입주 계약이며 연장도 가능하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캠시스 등 4개 기업이 계약을 체결했다. 1175개(전체의 93.2%) 방의 입주 예약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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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홈 관계자는 “기숙사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많다”며 “남은 방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우선 입주 기회를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도에 기업 통합 기숙사가 들어서게 된 것은 2010년께부터 지난해 말까지 5인 이상 고용 기업 1740개(종사자 총수 6만명)가 몰리면서 주거난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건축법상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회사 기숙사를 건설할 수 있지만 송도에는 지을 부지가 없다.

이로 인해 상당수 근로자가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출·퇴근하거나 비싼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회사 근처 오피스텔 등에 입주해야 했다. 출·퇴근 문제로 퇴직하는 사람도 나왔다. 결국 기업들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직원들의 기숙사를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014년 5월 외국인 투자기업인 라이크홈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통합기숙사를 건설하기로 했다. 부지는 서비스·연구·개발 용지였던 5·7공구의 일부를 기숙사 용지로 변경했다. 부지 인근에는 스마트밸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등이 있다. 국제 업무단지와 포스코건설 본사 등이 몰려 있는 1·3공구도 걸어서 30분 거리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송도 기업 환경의 악재였던 기숙사 문제가 해결되면 국내외 기업의 투자유치 등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 기숙사가 성공적으로 운영이 되면 추가로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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