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 "첫 고국독주 잘 봐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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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국에서 오케스트라 협연은 여러 번 했지만 독주회는 처음이나 마찬가지라 부담스럽기도 해요. 7년 전 고향 진주에서 독주회를 한 게 전부예요."

줄리아드 음대에서 도로시 딜레이에 이어 강효 교수를 사사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21)씨가 고국을 찾았다. 지난 8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전국 7개 도시를 도는 독주회를 위해서다.

경남 진주 태생으로 10년 전 초등학교 6학년 재학 중 미국 유학을 떠난 후 KBS 교향악단.부산시향.서울시향 등과 협연했지만 서울 무대에서 독주회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아직 국내에서 그의 이름은 낯설다. 당시 진주 독주회를 보고 기자가 쓴 리뷰를 들춰 보니 "윤기있는 비브라토" "예민한 귀의 소유자"라는 대목이 있다.

"6년 전부터 로버트 코닉과 줄곧 함께 연주해왔어요. 제 스타일을 훤히 꿰뚫고 있는 피아니스트랍니다. 저랑 연주하는 게 무척 편하대요. 지난달 15일 카네기홀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호흡을 맞췄어요."

의젓한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 나온다. 진주에서 독주회를 할 때 같은 앳된 소년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음악적으로나 테크닉 면에서 한층 성숙된 음악세계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첫 독주회인 만큼 잘 알려진 레퍼토리로 꾸몄어요. 다른 연주자와 제 스타일을 비교해 보시라는 뜻에서요. 청중과 함께 호흡하는 것, 뭔가 가슴에 여운을 남기는 연주를 좋아해요. 그동안 닦아온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 보겠습니다."

첫 스승은 진주에서 바이올린 교습소를 운영하던 아버지 오종재(58)씨. 어릴 때부터 남다른 재능이 눈에 띄었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남들처럼 조기 유학은커녕 서울로 레슨받으러 다닐 여유도 없었다.

열살 때 '혹시나'하는 생각으로 참가했던 미국 인터라켄 국제 음악캠프. 여기서 초.중등부 1위를 차지했고 새너제이 심포니 지휘자에게 발탁돼 협연의 기회도 얻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어 서울시향 오디션에도 합격했고 마침내 줄리아드 음대 강효 교수에게 장학생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누렸다. 1996년 영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후부터는 '콩쿠르 사냥'보다 실력을 다지는 데 힘을 쏟았다.

최근까지 삼성문화재단이 대여해준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해왔지만 임대 기간이 끝나 이번에는 뉴욕의 한 악기상에서 임시로 빌린 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 자신의 소리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악기는 아니지만 개성을 발휘하기에는 충분하다고 한다.

비디오 게임과 테니스로 오른손 감각을 익힌다는 그는 외아들 뒷바라지 때문에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님과 함께 뉴욕에서 산다.

◇공연 메모=비탈리 '샤콘', 쇼팽 '녹턴', 사라사테 '카르멘 환상곡', 이자이 '소나타', 그리그 '소나타 제3번' 등. 9일 대구 문화회관, 10일 창원 성산아트홀, 12일 울산 문화회관, 13일 진주 경남문예회관, 15일 청주 예술의전당, 16일 서울 영산아트홀. 02-749-1300.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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