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IPO 시장…2009년 이후 최저 수준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전 세계에서 성사된 IPO 규모는 128억 달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1 수준이다. 신규 상장 기업 당 자금 조달 규모가 그만큼 큰 폭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IPO로 상장된 기업은 올 들어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두 번째로 긴 겨울잠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 시장 전반에 걸친 극심한 변동성이 올해 IPO 시장을 마비시킨 주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회계·자문회사인 언스트앤영의 마틴 슈타인바흐(Martin Steinbach) 유럽 IPO 부문 대표는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곳곳에서 불거지며 글로벌 증시 전반에 걸쳐 IPO가 대폭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IPO를 계획했던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포함해 시장 변동성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인 토마스 팔리는 "지난해 4분기 기술기업의 기업공개(IPO)는 가장 둔화됐다"며 "개인 투자 및 공적 자금의 투자둔화로 올해 초에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IPO 시장에 훈풍이 불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시했다. 팔리 회장은 "앞으로 IPO를 단행할 만한 잠재적 기업이 많다"며 "4분기에 기업 공개를 준비하다가 중단한 기업 20여 곳은 IPO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은 중국 덕분에 35억 달러의 IPO 성과 거뒀다. 21일 중국 저상은행이 17억 달러를 모으면서 홍콩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는 대규모의 IPO가 성사됐다. 중국 은행들은 최근 대출부실화로 추가 자본을 확보해야 하는 압박을 받자 IPO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의 3개 지역은행들은 지난해 12월 IPO로 23억 달러를 조달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