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아이폰 암호 해제 애플 도움 없이도 가능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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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애플과 미 수사당국의 ‘프라이버시 대(對) 국가안보’ 공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 법무부가 애플의 도움 없이 아이폰 암호를 풀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1일(현지시간) ‘외부 그룹’이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 사건의 테러범 사예드 파룩(28)의 아이폰 잠금장치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시연했다는 내용을 법원에 제출했다.

“외부 그룹, 해제법 시연” 법원 제출
누가·어떻게 풀었는지는 안 알려져
팀쿡 “고객 보호 물러서지 않을 것”

이에 따라 22일로 예정된 ‘애플 대 법무부’ 소송의 법원 심리는 일단 연기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찾아와 독자적인 아이폰 보안 해제 방법을 선보인 ‘외부 그룹’이 누군지, 어떤 방법인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수사당국은 신중하게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테스트를 거쳐 다음달 5일까지 상황을 보고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외부 그룹의 방법이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애플의 지원은 필요하지 않다고 법원에 밝혔다.

법무부와 FBI는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그간 수사당국은 애플의 기술적 도움 없이는 테러범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풀 수 없다고 강변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임스 코미 FBI 국장도 의회 청문회에 나와 이 점을 강조하며 애플의 협력 당위성을 부각시켰다. 법조계에선 벌써부터 “사법당국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애플 측은 “다른 그룹이 테러범 아이폰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면 정부와 애플의 소송은 근거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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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애플과 수사당국의 대립이 이대로 막을 내릴 것 같지는 않다. 당국이 범죄자들의 아이폰 암호 해제 요구를 원하는 사건은 산적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맨해튼 검찰만 해도 175건 이상에 달한다고 전했다.

한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공권력에 맞서 고객의 보안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신제품인 아이폰SE 발표장에서다. 쿡 CEO는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슈이며, (고객 정보를 보호할) 책임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데이터와 프라이버시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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