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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바둑, 배우긴 쉽지만 고수되긴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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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8강전 2국> ○·스 웨 9단 ●·김동호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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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보(13~28)=바둑은 쉬운가, 어려운가. 바둑을 익히 아는 사람들의 대답도 제각각인걸 보면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사견임을 전제로 말하면 이렇다. 바둑은 배우기는 쉽지만 고수가 되기는 어렵다. 바둑은, 우리네 일과 삶, 자연의 순리까지 그대로 투영한다. 그래서 한 판의 바둑을 ‘인생’이라 부르고 ‘우주’라 일컫기도 하는 것이다. ‘바둑격언만 다 알아도 유단자’란 말이 있고, 그 중에는 ‘들여다보는데 잇지 않는 바보’란 격언도 있다.

이쯤에서 우하귀 쪽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 13으로 들여다봤는데 잇지 않고 14로 밀었다. 음? 그러면 바보라고 하지 않았나? 세계정상을 다투는 프로 스웨를 바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신이거나 알파고 정도겠지. 맞다. 13으로 들여다봤을 때 백이 15의 곳을 잇는 건 무겁다. 바둑의 행마는 가벼워야 좋고 형태는 탄력을 갖춰야 바람직하다. 여기서는 이으면 좋지 않다.

그리하여 ‘들여다본다고 다 이어주는 바보’란 또 다른 격언이 탄생하고 초심자들은 ‘도대체 언제 잇고 언제 잇지 말란 말이냐!’라며 골머리를 싸매게 되는 것이다. 14로 반발하면 27까지는 기세의 드잡이, 필연의 진행이다. 좌상귀 28로 ‘참고도’처럼 움직이면 흑 2, 4로 누르고 흑 6 이하 10까지 빠져나가 어려운 접전.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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