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TK물갈이·경선룰…이한구가 말한 대로 다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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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 [중앙포토]

소통할 게 뭐 있어. 그만큼 설명해줬으면 됐지!”

16일 오후 6시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를 떠나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무성 대표와 더 소통할 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TK서 6명밖에 안 날아가느냐”
농담처럼 말했지만 결국 현실로
‘보이지 않는 손’ 논란 더 거세져

이날 김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 후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 최고위 전체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최고위 결정 이후 속전속결로 ‘반려’ 입장을 내놨다. 김 대표 및 최고위의 요구에 이 위원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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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까지의 공천 과정도 그랬다. 한 달 전으로 시곗바늘을 돌려보면 결국 이 위원장의 뜻대로 됐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공천위가 발표한 전국 249개 지역 가운데 경선을 하기로 결정한 곳은 141곳뿐이다. 단수추천 96곳, 여성·청년·장애인 등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한 곳이 12군데다. 경선 없이 본선 직행 열차를 타는 인원이 108명(43.4%)에 이른다. 경선지역 가운데도 현역 의원을 ‘전략적으로’ 후보에서 배제한 지역을 포함하면 사실상 전략공천이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달 16일 이미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모든 광역 시·도(17개)에 최소 한 곳에서 세 곳까지 우선추천지역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17~51곳에 사실상 경선 없이 ‘전략공천’ 하겠다는 의미라 당내가 떠들썩했다. 김 대표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해 “설마 현실화되겠느냐”는 분위기도 있었다. 막상 공천 결과를 개봉하자 결과는 그 이상이었다.

‘TK(대구·경북) 물갈이설’도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달 25일 공천 면접에 앞서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TK에서 현역 의원 6명을 날린다는 설이 돈다”는 질문에 “대구만 해도 현역이 12명인데 어떻게 TK에서 6명밖에 안 날아가느냐”고 반문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대구 지역에서만 현역 12명 가운데 8명(불출마 2명 포함)이 물갈이됐다. 권은희·김희국·류성걸·홍지만(이상 유승민계) 의원과 주호영·서상기 의원이 물갈이 리스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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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방식도 이 위원장 뜻대로 됐다. 당헌·당규상 경선은 당원 대 일반국민 비율을 ‘3대 7’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일반국민 여론조사 100%’를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신인들의 장벽을 낮춰주기 위해 일반국민 여론조사 100%를 원칙으로 하고 후보 간 합의가 안 되면 3(당원)대 7(일반국민)로 가겠다”고 말했다. 예외와 원칙을 뒤바꾼 셈이다. 이 위원장 말대로 서울 종로 등 후보 들끼리 합의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경선은 국민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진행됐거나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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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이 한 달 전 그린 밑그림이 현실화하면서, 그 밑그림을 그린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논란도 증폭됐다. 이 위원장은 하루 9명의 현역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 15일, 유승민 의원 공천 문제를 논의한 16일에 오후 2시 회의를 시작했다.

공천위 사정을 잘 아는 당 관계자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오후에 회의를 잡는 게 납득이 안 간다. 오전에 누굴 만나서 전략회의라도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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