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비리 한 번만 걸려도 스포츠계서 영구 퇴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입시 비리에 한 번이라도 연루된 감독과 학생 선수는 스포츠계에서 영구 퇴출된다. 비리가 발생한 대학 운동부는 전국대회에 일정 기간 출전할 수 없고, 해당 대학은 학생 모집 정지 또는 지원금 삭감 등 불이익을 받는다.

교육부·문체부, 합동대책 발표
해당 대학 운동부, 대회 출전 제한
학생 모집인원·지원금 대폭 삭감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내용의 체육특기자 입시 비리 대책을 15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정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한체육회와 함께 ‘특별전담팀’을 꾸려 대책을 마련해왔다. 금품을 대가로 한 ‘선수 끼워 넣기’, 경기 실적 조작 등의 고질적인 비리를 뿌리뽑겠다는 취지다.

기사 이미지

이번 대책에 따라 대한체육회 산하 각 종목단체는 입시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진 감독·선수를 영구 제명한다. 아마추어·프로 영역을 불문하고 스포츠계에서 퇴출시킨다는 취지다. 이해돈 문체부 체육진흥과장은 “입시 비리는 중입·고입보다 대입에서 집중 발생한다. 스포츠계의 자정을 위해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적발된 선수의 입학을 취소하도록 대학 학칙도 개정된다. 김정연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현재는 모집 요강에만 간략한 규정이 있을 뿐, 학칙에 명확한 근거 규정을 둔 학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리에 가담한 학부모는 배임수증재죄 등을 적용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운동부·대학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입학 비리가 발생한 대학 운동부는 종목단체가 주최하는 전국 리그·토너먼트 대회 등에 일정 기간 출전할 수 없다. 다만 다른 선수의 학교 진학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초·중·고 운동부엔 적용되지 않는다.

해당 대학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교육부는 비리의 경중에 따라 해당 학교의 정원 10% 내에서 모집을 정지하거나 기존 지원사업을 중단하거나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비리 근절을 위해 특기자 입학전형도 개선된다. 교육부·대교협은 실기·면접과 같은 ‘정성평가’를 줄이고 경기 실적의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실기·면접엔 외부인사 참여를 의무화한다. 각 대학은 2019학년도 대입전형부터 종목·포지션별로 특기자 선발 인원을 명시해야 한다.

경기 실적 조작을 막기 위해 문체부와 스포츠 종목단체는 모든 경기실적증명서를 전산 발급하기로 했다. 수기 발급하던 일부 종목에서 위·변조가 잦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주요 대회의 동영상을 제공하는 홈페이지를 신설한다. 선수의 기량을 검증할 자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초·중·고교는 운동부 지도자가 비리를 저질러도 당사자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정도로 그치곤 했다. 정부는 앞으로 학교가 해당 스포츠단체에 비리 사실을 통보하도록 의무화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학교로부터 비리 사실을 입수한 스포츠단체가 이를 조사해 윤리규정에 따라 추가 징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이 나온 배경엔 지난해 잇따라 불거진 대학가·스포츠계의 체육특기자 비리가 있다. 지난해 5월 경찰은 한국체육대 입학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챙긴 대한수영연맹 이사를 구속했다. 지난해 11월, 12월엔 각각 연세대, 고려대 야구부의 입시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설훈(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구 선수와 대학 감독의 비리가 만연해 학부모 사이에서 ‘연세대 1억원’ ‘한양대 7000만원’ 등의 말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