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 손실난 뒤로는 큰 수익…3년간 8%씩 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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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형펀드가 인기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채권형펀드의 순자산은 90조7000억원이다. 주식형펀드의 순자산 73조8000억원보다 많다. 채권형 펀드 자산이 주식형펀드를 앞지른 건 2006년 이후 9년 만이다.

피블스 AB자산운용 채권부문 CIO
“하이일드 채권값 싸 투자가치 높아
국채·회사채에 분산해 위험 줄여야

저금리 상황에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는 하이일드 채권에 대한 우려도 줄었다. 지난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저유가로 인해 하이일드 채권 시장은 큰 손실을 입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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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은 하이일드 회사채를 발행한 에너지 기업을 부도 위험에 내몰았다. 하지만 7일(현지시간) 펀드 조사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지난주 세계 하이일드 채권 펀드엔 총 53억 달러(약 6조3700억원)가 유입됐다. 2003년 이후 최대치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미국의 경제 지표가 개선된 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국내 채권펀드 시장 수익률은 아직 저조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9일 기준 국내 채권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0~2%, 해외채권형 펀드는 -5~4% 수준이다. 하이일드 채권 펀드도 -1~3%에 머물렀다.

29년 동안 채권투자 업무를 해온 더글러스 피블스(사진) AB자산운용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그럼에도 하이일드의 투자 전망이 밝다고 봤다. 9일 본지와 단독으로 만난 피블스 CIO는 “미국 회사채를 중심으로 하이일드 채권 가격이 저렴해 투자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근거도 제시했다. 2001년 이후 미국 하이일드 채권에서 손실이 난 건 2002년과 2008년 그리고 지난해다. 2002년과 2008년은 다음해에 모두 큰 폭의 수익률로 반등했다. 피블스 CIO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은 2003년 29%, 2009년 59%의 수익률이 났다”며 “2015년에 손실이 났으니 올해를 시작으로 3년간 연 8%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하이일드 투자가 섣부르단 지적도 있다. 손은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확실히 오르지 않고선 미국과 신흥국의 에너지 기업이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 하이일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예상부도율은 4%다. 2014년 1.9%, 2015년 3.5%에 비해 높아졌다.

피블스 CIO도 원자재 가격이 언제 회복될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대신 채권을 목적에 따라 분산투자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독일 등 선진국 국채나 신용등급 높은 회사채를 사는 동시에 저평가된 하이일드에 투자하란 주문이었다. 그는 “하이일드 채권에만 투자하는 건 주식투자에 올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채권 시장에 대해선 “원화 가치가 달러에 비해 약세지만 엔화엔 강세라 외국인 투자자가 쉽게 빠져나가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하락할 걸로 보여 채권 수익률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최근 외국 투자기관에 자국 채권 시장을 개방한 건 긍정적이지만 당국이 여전히 환율을 통제하는 점이 불안하다고 평가했다. 유럽에 대해선 “유럽 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실효를 못 거두고 은행의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하이일드 채권=하이일드라는 말 그대로 높은(High) 이율(Yield)을 주는 채권이다. 대신 발행회사의 신용등급이 낮아 원리금을 떼일 위험이 크다. 보통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B+) 이하의 채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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