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우울증 시달린 40대 싱글맘 큰딸 살해, 작은 딸 살해기도 미수후 자수

중앙일보

입력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려온 40대 싱글맘이 20대 큰딸을 살해하고 작은 딸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뒤 경찰에 자수했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9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A씨(48·여·무직)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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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회룡]

A씨는 지난 3일 오후 남양주시 오남읍 자신의 집에서 큰 딸(29·회사원)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여 재운 뒤 이튿날 새벽 목 졸라 살해한 혐의다. 당시 작은 딸(23·대학생)도 같은 방법으로 재운 뒤 살해하려 했지만 알람 소리에 작은 딸이 잠에서 깨는 바람에 실패했다.

A씨는 5일 새벽에 작은 딸(23·대학생)을 다시 살해하려 했지만 재차 미수에 그쳤다. 이번에도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여 잠들게 한뒤 번개탄 2개를 피워놓고 밖으로 나갔다가 오후 6시쯤 돌아왔지만 작은딸이 머리가 아파 깨어났다. 병원에서 치료중인 작은딸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작은딸은 엄마가 숨진 큰딸의 시신을 베란다에 옮겨 놓고 물건으로 덮어 놓아 언니가 숨진 사실을 몰랐다.

A씨는 15년 전 자신이 진 부채 문제로 남편과 이혼한 뒤 식당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오면서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우울증 치료약 값이 비싸 대신 처방받은 수면제에 의존해왔다. A씨는 자신이 먹던 이 수면제를 두 딸에 먹여 범행에 사용했다.

A씨는 “생활고이 너무 힘들어 죽으려 했다. 혼자 자살하면 딸들이 어렵게 살아갈 것 같아 딸들을 먼저 죽이고 자살하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친언니의 설득으로 자수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남양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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