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은 버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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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영국을 대표하는 160년의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긴장하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제물이 될 위기에 놓여서다.

의문의 투자자 지분 5.4%
주가 하락, 적대적 M&A 공포

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버리그룹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금융 자문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체크무늬와 트렌치코트로 유명한 버버리는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지난 1년 사이 주가가 27% 빠졌다. 버버리가 방어 태세에 돌입한 것은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미확인 투자자 때문이다.

지난 2월 15일 기준 이 투자자가 확보한 지분은 5.4%에 달한다. 영국 금융당국은 일부 기관 투자자들에 한해선 지분율이 5% 이상일 경우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버버리 지분을 인수한 투자자는 주식을 일부 매각해 현재 5% 미만으로 보유량을 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버리그룹은 금융 파트너인 모건스탠리를 동원해 이 거래를 주관한 HSBC에 확인 요청을 했지만 신원과 투자 목적을 파악하지 못했다. 업계는 버버리의 지분을 인수한 투자자가 경쟁 업체인 루이비통 브랜드를 보유한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그룹)나 사모펀드일 것으로 점쳤다.

런던 주식시장에 상장된 버버리의 시가총액은 61억 파운드(약 10조4000억원)다. 맥쿼리 증권은 “버버리의 적대적 M&A가 시도되면 시총이 80억 파운드(약 13조6000억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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