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데뷔한 김태균 연봉·계약금 113억원 벌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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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호 23면

※ *는 등 번호. 2009년 FA 이진영·정성훈·홍성흔은 구단 발표에 따라 계약금 0원. 총액만 발표된 선수들은 연봉으로 계약금 추정.

올해로 서른 다섯살이 된 프로야구는 몸집이 쑥쑥 커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11일 발표한 올 시즌 프로야구 연봉 자료를 보면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등록선수 526명의 평균 연봉은 1억2656만원으로 나타났다. 1군 엔트리를 기준으로 한 구단별 상위 27명의 평균 연봉은 2억1620만원.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215만원이었다. 82년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31.57이었고, 지난해에는 109.81였다. 물가가 3배 오르는 사이 선수 몸값은 18배나 뛰었다.


이제 프로야구 선수도 연봉만 잘 모으면 ‘부자(富者)’가 될 수 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이 발표한 ‘2015 코리아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108억원(설문 응답자의 중간값)이 부자들이 가져야 할 최소 자산 기준이었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연봉으로 돈을 가장 많이 번 ‘부자 선수’ 는 누구일까. KBO와 각 구단이 공식 발표한 연봉 빅데이터를 토대로 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2016년까지 선수들의 역대 연봉 순위를 중앙SUNDAY가 국내 최초로 분석했다.


독보적 1위 김태균 … 200억원 돌파도 가능역대 연봉 1위는 한화 김태균(34·사진)이 차지했다. 김태균은 국내에서 순수 연봉으로만 92억1500만원(누적 기준)을 벌었다. 2001년 한화에서 데뷔한 그는 2009년 말 일본 프로야구 지바롯데 마린스와 계약금과 연봉을 합해 7억엔(당시 환율 91억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2년 만에 국내로 복귀했다. 이 시기를 제외하고도 그는 국내에서 뛴 13시즌 동안 꾸준한 활약(통산 타율 0.320, 홈런 253개)을 펼친 덕분에 누적 연봉이 가장 많았다. 특히 일본에서 돌아온 2012년부터 5년 연속 연봉왕을 놓치지 않고 있다.


신인 시절 계약금(1억6000만원)과 지난해 말 체결한 자유계약선수(FA) 계약금(20억원) 등 21억6000만원을 포함하면 국내 최초로 누적 총액(연봉+계약금)이 100억원(113억7500만원)을 넘어선다. 김태균은 계약에 따라 앞으로 3년 동안 48억원을 더 받을 예정이다. 그가 2020시즌을 마친 서른 아홉에 다시 한번 FA 계약을 체결한다면 한국 프로야구에서만 200억원을 받는 것도 불가능한 숫자가 아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은퇴한 김동주(40·전 두산)는 김태균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동주는 연봉으로만 68억9700만원을 받았고, 계약금까지 포함하면 총 94억4700만원을 벌어들였다. 김태균이 지난해 말 FA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김동주는 누적 총액 1위 자리를 고수했다. 김동주는 국내에서만 16년을 뛰며 타율 0.309, 273홈런·1097타점을 기록했다.


LG 이병규(42·등번호 9번)는 63억800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1997년 데뷔한 이병규는 3년 동안 일본(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뛴 것을 제외하고도 국내에서만 열일곱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이병규는 2013년 말 FA 계약 당시 계약금(1억5000만원)이 적어 누적 총액은 70억원(69억9800만원) 수준에 그쳤다.


4위는 삼성 이승엽(40)이다. 95년 데뷔한 그는 김태균과 같이 국내에서 13시즌 동안 활약했다. 연봉 합계는 62억6000만원인데 이승엽이 데뷔할 때만 해도 연봉 수준이 높지 않았던 탓에 상대적으로 누적액이 적다. 그러나 이승엽은 일본에서 8년간 활약하면서 국내에서 벌어들인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았다.


5위는 올해 LG서 kt로 이적한 이진영(36), 6~10위는 이호준(40·NC)-박경완(44·이하 은퇴)-양준혁(47)-박진만(40)-진갑용(42) 순으로 나타났다. 8위 양준혁까지는 순수 연봉으로만 50억원 이상씩을 벌었다. 10위까지 놓고 보면 은퇴 선수가 5명이다. 투수는 단 1명도 없고, 포수가 2명이 포함된 것이 특이하다.


선수들은 꾸준한 활약으로 연봉을 올리고, FA 계약을 통해 이른바 ‘잭팟’을 터뜨린다. 최근 선수들은 연봉보다 계약금을 더 많이 받는 걸 선호한다. 계약금은 일시불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올해 최고 96억원에 NC와 계약한 박석민(32)도 계약금만 56억원을 받아 누적 총액(연봉·계약금합산액) 82억2600만원을 기록하게 됐다. 연봉 순위 55위(22억9000만원)인 박석민은 누적 총액에선 3위에 오른다. 누적 총액 순위는 1위 김태균(113억7500만원)-2위 김동주(94억4700만원)-3위 박석민(82억2600만원)-4위 윤성환(삼성·81억3000만원)-5위 강민호(롯데·80억3000만원) 순이다. 그러나 2009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을 체결한 이진영·정성훈(36·LG) 등은 계약금을 받고도 이를 발표하지 않아 실제 순위는 다를 수 있다.


최고액, 미국 ‘3215억원’ 일본 ‘540억원’프로야구 최초로 연봉 1억원을 돌파한 선수는 85년에 나왔다. 장명부(당시 삼미)가 당시로선 파격적인 1억484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억대 연봉 선수 시대를 열었다. 이후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억대 연봉 선수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93년 해태 선동열(1억원)이다. 올해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148명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최고 연봉은 OB 투수 박철순(60)이 받은 2400만원이었다. 올해 김태균의 연봉은 16억원이다. 원년에 비해 연봉이 67배나 올랐다.


누적 연봉 데이터를 통해 한국 프로야구와 미국·일본과의 격차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1위는 알렉스 로드리게스(41·뉴욕 양키스)다. 94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한 그는 22시즌동안 4억110만달러(약 3215억원)를 벌었다. 2위는 줄곧 양키스에서만 뛰다 2014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데릭 지터(42·2억6623만 달러·약 3280억원)다.


일본 프로야구 1위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4번 타자 출신 기요하라 가즈히로(49)다. 그는 86년부터 23시즌 동안 50억6880만엔(약 548억원)을 벌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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