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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자동차 수출 부진…1월 산업생산 1.2%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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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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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이 14개월째 뒷걸음질친 데 이어 내수마저 회복세가 꺾였다.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자 외국인은 국내에서 자금을 빼가고 있다.

소비자 지갑 닫으며 내수도 힘빠져
구조개혁, 수출 시장 다변화 절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줄었다. 지난해 10월(-0.8%), 11월(-0.5%) 줄었던 전 산업생산은 12월에 1.3% 늘어나며 반짝 살아났지만 올 들어 다시 부진에 빠졌다.

 수출이 생산 부진의 주범이다. 1월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1.8% 줄었다. 역시 전달(0.5%) 회복세를 잇지 못하고 두 달 만에 줄었다.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10.1%), 기계장비(-5.0%), 자동차(-3.6%) 생산이 감소한 탓이다.

최정수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1월 수출 부진이 심화되며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광공업 생산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홀로 지탱한 내수도 기력을 잃었다. 1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대비 0.9% 줄었다. 지난해 6월(-1.0%) 이후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비도 둔화됐다. 1월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1.4% 감소했다. 2015년 10월(-2.0%), 11월(-0.3%) 하락하다 12월(0%)에는 제자리걸음했는데 올해 다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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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소비진작책이 종료되자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다. 1월 설비투자도 전달보다 6% 줄며 전년 12월(3.7%) 증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은 한국에서 투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주식·채권 등 한국 증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자금은 전달보다 45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지난해 6월(-7700만 달러)이후 8개월째 줄었다. 감소폭은 지난해 7월(49억4000만 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해외 투자자가 한국의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병곤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세계경기 부진으로 해외 금융 시장이 좋지 않다”며 “한국도 이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는 1월에 70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47개월째 흑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준데 따른 ‘불황형 흑자’구조여서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을 메운 정부 정책의 ‘약발’이 떨어지며 ‘수출-내수’ 동반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수출 감소와 이에 따른 제조업 부진을 정부 정책에 따른 소비·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만회했지만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국가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처럼 큰 폭으로 돈을 풀기보다는 신사업 혁신과 구조개혁에 도움을 주는 선별적인 방향으로 재정을 투입해 경기하강세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내수는 한계가 있는 만큼 수출이 살아야 한다”며 “이란을 비롯한 수출 시장 다변화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자본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외국 자본이 가파르게 빠져 나가면 손쓸 방법이 없는 만큼 외환시장 건전성을 유지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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