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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트럭 1대도 돈 되는 건 북한 못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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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왕 부장과 수전 라이스 안보보좌관의 회담장을 깜짝 방문했다. [신화=뉴시스]

25일(현지시간)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북한에 ‘핵 포기냐, 경제 봉쇄냐”를 묻고 있다. 결의안은 번번이 북한을 감싸 온 중국이 미국과 함께 만들었다. 광범위한 경제 봉쇄가 담겨 있다.

미·중 대북제재 합의 초안

 우선 무역 봉쇄다.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화물에 대한 검색이 의무화된다. 의심스러운 북한 선박·항공기는 세계 어느 항구와 공항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특히 광물 수출에 처음으로 제재가 가해진다. 이란을 핵 포기로 이끈 이란식 특정 분야별 제재(sectoral ban)를 적용한 것이다.

북한은 광물 수출로 2015년에만 13억여 달러를 벌어들였다. 북한의 주된 달러 수입 통로를 막겠다는 것이다. 금과 희토류 등은 수출이 아예 금지된다. 석탄과 철광석 등은 생계 목적으로 핵이나 미사일과 관련 없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블랙리스트 대상도 대폭 확대됐다. 북한 정찰총국과 국가우주개발국 등 12개 단체와 17명의 개인이 새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금융도 실질적 봉쇄조치가 취해진다. 북한 은행은 해외 지점을 낼 수 없고 다른 나라도 북한 내 신규 지점 설치가 금지된다.

 제재가 시작되면 북한 경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북한 주민들의 경제난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안보리가 경제 봉쇄카드를 집어 든 것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 차단을 위해서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외부에서 들어가는 달러는 출처가 무엇이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제재는 북한의 급소를 정조준하고 있다. 우선 북한 경제의 골간인 군수경제가 무기 금수조치로 직격탄을 맞는다.

외교부 당국자는 "결의안은 트럭 한 대도 돈 되는 건 북한에 가지 못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트럭처럼 군용으로 쓰일 수 있는 어떤 품목도 금지된다는 뜻이다. 폭넓은 무역과 금융 봉쇄는 어딘가에 숨어 있을 ‘김정은 통치자금’까지 위협할 수 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0여년 만에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안”이라고 말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결의안이 채택되면 북·중 관계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원유 공급 중단이 빠졌고 생계형 석탄 수출길은 열어 놨다. 그렇더라도 제대로만 시행되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유엔 외교가의 해석이다.

 문제는 이행이다. 북한의 추가 핵 도발을 막기 위한 ‘끝장 결의’가 되려면 제재가 충실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제까지 그랬듯이 시간이 흐르면 중국의 대북제재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안 도출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시작인 셈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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