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아인슈타인의 중력파 수수께끼…100년 만에 풀어낸 과학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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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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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오정근 지음, 동아시아
292쪽, 1만6000원

2016년 들어 ‘중력파’라는 용어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블랙홀이 생기거나 수명이 다한 별이 폭발하며 사라지는 등 우주에서 급작스런 중력변화가 일어날 때 발생하는 파동’으로 설명되는 이 물리학 용어가 왜 갑자기 회자될까?

과학자들이 ‘라이고(LIGO: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기)’라는 거대 측정설비를 통해 10억 광년 너머 머나먼 우주에 있던 2개의 거대 블랙홀이 충돌하며 생긴 중력파 신호를 지난해 9월14일 검출한 뒤, 검증을 거쳐 지난 11일 발표한 때문이다.

 중력파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존재가 예상됐지만 100년이 되도록 증명되지 못하다가 이번에 비로소 실체가 확인됐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6개국의 과학자 9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라이고 과학협력단과 유럽의 버고 과학협력단의 협력체가 공동으로 이룬 성과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중력파 검출 실험의 데이터 분석을 맡은 지은이는 중력파 연구의 산 증인이다. 덕분에 중력파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 과정을 소상하게 들을 수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중력파와 관련한 물리학적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밝혀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오랜 도전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에 있다.

지은이는 이 역사적인 성과를 얻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실험 시설과 설비를 마련하기 위한 ‘비과학적’ 과정이었다고 지적한다. 1조 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되는 관료적이고 지루한 직업이다. 과학에는 천재적 창의력과 함께 불굴의 의지, 부단한 노력이 필수적이란 점을 강조한다.

 또 하나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전 지구적 네트워크다. 미국이 주도하는 라이고 외에도 유럽의 버고와 지오600, 일본의 타마300 등 프로젝트의 합종연횡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과학 연구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음을 잘 보여준다. 기초과학 연구를 통한 인류 미래 개척의 꿈도 공감이 간다. 당장 돈벌이가 되는 과학기술만 찾는 사람들에게 기초과학의 본질적인 가치를 일깨워준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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