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보다 싼 비행기표, 그래도 웃는 LC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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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황금 티켓일까, 빛 좋은 개살구일까’.

공항료 빼면 김포~제주 1900원도
빈 좌석 운항보다 출혈 판매가 득
회원 확보 등 마케팅 효과도 톡톡
싼 만큼 좋은 서비스 기대 말아야

 지난주 불붙은 저비용항공사(LCC)의 특가 항공권 대전(大戰)을 두고 하는 얘기다. 김포~제주 노선엔 1900원짜리 편도 항공권까지 등장했다. 좌석버스 요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선 할인율이 94~98%에 달해 공항 사용료(4000원)를 포함하더라도 사실상 ‘공짜 티켓’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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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은 6~11월 탑승권 4만3000장을 특가에 내놨다. 편도 기준 ‘김포~제주’ 노선이 5900원(공항 사용료 포함)이다. 항공업계 역대 최저가다. 국제선은 인천~중국·일본·홍콩·대만 2만8900~3만8900원, 인천~사이판·괌 5만8900~7만1800원에 선보였다.

 경쟁사도 마찬가지다. 진에어는 3월27일~10월29일 탑승하는 7만1000석을 편도 기준 김포~제주 1만9000원, 부산~제주 1만3900원, 왕복 기준 인천~호눌룰루 40만4300원, 부산~오사카 10만6700원에 내놨다.

에어부산은 6만여석이 편도 기준 부산~제주 9900원, 부산~타이베이 2만9000원, 부산~괌 4만9000원이다. 티웨이항공은 한 자리 이상 예매할 경우 더 쌌다. 총 1만8000석이 3인 왕복 기준 김포~제주 4만7400원, 김포~도쿄 26만4840원, 김포~방콕 34만3980원 부터다.

 LCC가 파격적인 값에 특가 항공권을 내놓은 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서다. 항공기는 좌석을 비워둔 채 운항할수록 손해다. 탑승권에 ‘재고’가 없단 얘기다.

비수기 평일엔 탑승률이 낮아 좌석을 비운 채 운항하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원가 아래로라도 판매해 공석(空席)을 줄이는 게 낫다.

항공권을 미리 풀면 현금을 미리 확보할 수 있어 자금 흐름에도 유리하다. 진에어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좌석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특가 판매에 나섰다”고 말했다.

 마케팅 효과도 무시 못한다. 선착순으로 진행하는 특가 항공권 이벤트가 열리는 시간에는 인터넷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접속자가 폭주한다.

제주항공은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21만 명이 동시 접속해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하지만 이벤트 덕분에 신규 회원 12만명을 확보했다. 반짝 행사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재빠르게 행동해 구매에 성공한 소비자 입장에선 득이지만 정작 풀리는 항공권 물량이 적어 ‘생색 내기’란 지적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이번 행사를 통해 4만3000석을 풀었다. 연간 항공권 판매량(815만장)의 1%에도 못 미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초특가 항공권은 전체 좌석 물량의 극히 일부”라며 “초특가 항공권을 노리고 예약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고객이 그보다 비싼 다른 항공권을 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싼 만큼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긴 어렵다. LCC는 같은 항공기에 대형 항공사보다 많은 승객을 태우기 때문에 좌석 간격이 좁다. 기내식이나 좌석 지정 서비스는 대부분 유료다. 국제선의 경우 밤 늦은 시간이나 새벽 시간에 이착륙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특가 항공권엔 조건을 거는 경우가 많다. 주말·평일 피크타임 시간대엔 물량이 적다. 환불이 불가능하고 여정을 바꿀 때는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경영학) 교수는 “특가 항공권을 구매할 땐 규정과 옵션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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