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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파일] 남의 집 개 차에 매달고 질주한 남자…제2의 '악마 에쿠스' 사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얼마 전 온라인에 충격적인 영상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흰색 자동차가 뒤에 개를 매달고 달립니다. 차 트렁크에 묶인 흰색 개는 차를 열심히 쫓아가다 차가 코너를 돌자 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질질 끌려오고 맙니다. 4년 전 에쿠스 운전자가 차량 뒤에 개를 묶고 고속도로를 내달린 이른바 ‘악마 에쿠스’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이었는데요.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분노했습니다.

[차에 진돗개를 매달고 달리는 영상]

이 영상은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지난 15일 다음 아고라에 공개한 영상입니다. 케어 측은 이 차량 운전자를 경찰에 고발한 뒤 온라인을 통해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18일까지 8000명 넘는 네티즌이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영상이 찍혔을 당시 이 개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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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이 영상 캡쳐사진

이 개는 한 살짜리 진돗개 월이입니다. 전북 장수군 산서면이라는 곳에서 육모씨 가족과 살던 월이는 평소 동네 마실 다니는 게 취미인 활발한 개였습니다. 혼자 있을 때도 목줄을 풀고 곧잘 돌아다니곤 했답니다. 지난 2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육씨가 아무리 기다려도 월이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걱정이 된 육씨 가족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월이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그러다 이웃 주민이 육씨 집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A(63)씨가 월이를 데리고 가는 걸 봤다고 말했습니다.

때마침 그날 마을회관에는 A씨가 있었습니다. 육씨가 A씨를 찾아가니 A씨는 “길에 떠돌아다니는 개가 있어서 내가 데리고 왔다. 개 좀 잘 묶어놓지 그랬냐”며 오히려 A씨를 나무랐습니다. 내심 잘 챙겨주지 못한 월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육씨는 큰 항의 없이 다음날 A씨로부터 월이를 받기로 한 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월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몸이 온통 상처투성이였고 상처도 매우 깊었습니다. 육씨가 A씨에게 따지자 A씨는 “우리집에 개들이 있는데 싸운 모양이다. 개 한 마리 다친 것 같고 왜 그러냐”며 답했다고 합니다. “속상하면 우리집에 있는 개를 한 마리 가져가라”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육씨는 적반하장인 A씨 태도에 당황했지만 월이가 그렇게 된 건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느껴 그냥 넘어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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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월이 사진들

하지만 육씨는 우연히 마을 길가에 묻은 정체 모를 혈흔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길가에 설치된 폐쇄회로 TV(CCTV)를 확인했습니다. CCTV에 담긴 영상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차를 운전한 A씨는 월이를 차 뒤에 매달고 1.3㎞ 정도 되는 거리를 달려왔던 겁니다. 육씨는 더이상 참을 수 없어 동물보호단체 케어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케어는 지난 15일 전북지방경찰청에 A씨를 고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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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 측은 “A씨가 월이를 차에 묶기 전부터 월이는 이미 A씨의 개에 심하게 물린 상태였고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줄에 묶어 차로 끌고 온 것”이라며 학대의 고의성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2012년 ‘악마 에쿠스’ 사건에서 당시 에쿠스 운전자는 트렁크 문이 열려 개가 떨어진 줄 몰랐다고 주장해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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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 관계자는 “이 사건은 고의성이 충분한 동물학대 행위로 강한 처벌이 내려져야 재발을 줄일 수 있다. 경찰과 사법부는 학대자의 변명만 듣고 사건을 처리해선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고의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말 한 마디 못한 채 고통을 견뎌야 했을 월이의 사정이 참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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