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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유경제 도입, 발목 잡는 규제 없애는 계기 되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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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투자 및 무역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수도권과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6조2000억원 이상의 투자 효과를 내겠다는 게 골자다. 대부분 지난해 발표된 경제정책방향과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거론된 내용이지만 눈에 띄는 부분도 추가됐다. 공유경제를 제도화하고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약속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유경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모델로 주목받아 왔다. 차량과 숙소를 공유하는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선 이런 서비스가 불법이었다. ‘차량공유’나 ‘공유민박’ 같은 업종구분이 아예 없어 사업자 신고나 등록을 할 도리가 없었다. 할 수 있는 일만 나열해 놓은 포지티브 방식 규제 탓에 첫발도 떼기 어려웠다.

 드론이나 웨어러블 기기, 무인자동차와 같은 신산업도 마찬가지다. 신제품을 출시하려 해도 “해당 규정이 없으니 나중에 가져오라”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제도와 규제가 만들어지면 시장은 이미 중국 같은 외국기업에 선점당한 뒤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로 의심되면 정부 입맛에 맞게 골라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단 모두 물에 빠트려 놓고 꼭 살려내야만 할 규제만 살려두도록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말이 ‘립 서비스’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업이 발목을 잡는 규제가 사라졌다고 느낄 때 한국 경제가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에서 벗어나는 날이 앞당겨질 것이다. 이러려면 안 되는 일 빼곤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눈에 띄는 규제 못지않게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간접 규제를 하려는 유혹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공유경제를 경쟁자로 보는 택시·숙박업과 같은 기존 업계를 설득하는 일도 숙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국회에 머물러 있는 관련 법안 처리도 필수다. 공유경제 도입이 정부와 국회, 지자체를 포함한 종합적인 규제 시스템을 정비하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