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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해법 없이 정부 비난에만 열 올린 제1야당 원내대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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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맹비난하고 외교안보 라인의 대대적 문책을 요구했다. 이는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찬반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입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더민주가 ‘안보 전문가’로 영입한 이수혁 전 외교부 차관보는 한 발 더 나가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은 필연적이며 비난할 수 없다. 계속 화해나 협력만 주장하면 (당이) 설 땅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 연설에서 이런 목소리는 다 빠졌다.

 더민주가 북한에 대해 제재보다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 당의 정체성을 감안할 때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또 제재의 궁극 목표는 처벌 아닌 협상 유도임을 정부가 상기하도록 견제구를 던지는 게 야당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이란 초강수를 둔 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원인이 있다. 그렇다면 먼저 북한의 책임을 엄중히 물은 뒤에 정부의 합리적 대응을 촉구하는 게 책임 있는 야당의 자세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북한의 도발엔 일언반구 언급 없이 ‘쪽박’ ‘훼방꾼’ 같은 자극적 용어로 정부를 비난하는 데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선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비현실적이고 무분별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력이 40배 넘게 앞선 대한민국이 북한의 핵도발을 전혀 막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불안감에 휩싸인 나머지 나오는 목소리다. 제1야당의 입법·정책을 책임진 원내대표라면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 이런 불안을 해소해줄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연설에는 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에 대한 비난만 가득할 뿐 북핵에 대한 구체적 해법은 찾을 수 없었다.

  더민주는 대표와 원내대표, 주류와 비주류가 치열한 토론을 거쳐 통일되고 현실성 있는 대북 정책을 당론으로 내놓아야 한다. 제1야당의 안보 정체성이 혼란스러우면 수권 정당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