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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이번에도 친필명령…“우상향 서체, 자기 과시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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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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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제1위원장의 미사일 발사 승인 친필명령서. ‘당 중앙은 위성발사를 승인한다. 2016년 2월 7일 오전 9시에 발사한다’고 쓰여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은 4차 핵실험(지난달 6일)에 이어 7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때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필 서명 장면을 공개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체제 때는 볼 수 없던 장면이다.

김정일 필체 따라해 백두혈통 강조
어린 지도자 콤플렉스 벗기 노력
다음 단계는 대형 정지위성 발사
2차 우주개발 계획 곧 내놓을 듯

노동신문은 국가우주개발국이 발사 하루 전 올린 명령서에 김정은이 직접 사인하는 장면 등을 8일자 1면에 크게 실었다. 명령서에 김정은이 직접 쓴 문구는 ‘당 중앙은 위성발사를 승인한다. 2016년 2월 7일 오전 9시에 발사한다. 김정은. 2016. 2. 6’이다.

이를 두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동북아연구실장은 “모든 결정이 오직 김정은의 명령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쇼맨십 정치’”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나이 어린 지도자라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강력한 존재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라며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정일의 필체와 빼닮았다는 점을 부각시켜 ‘백두혈통’ 체제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에선 김일성 필체를 ‘태양 서체’, 김정일 필체를 ‘백두산 서체’라고 부르며 떠받든다.

북한 월간지 ‘조선예술’은 2014년 7월호에서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글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장군님(김정일)의 필체인 백두산 서체를 배우기 위해 많은 품을 들였다”고 선전했다.

북한 인터넷 매체 ‘조선인포뱅크’는 2004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엄청난 노력 끝에 김일성 주석의 필체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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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가운데 점선 원 안)이 지난 7일 광명성호를 발사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미사일기지 발사대 앞에서 관계자들과 발사 성공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조선인포뱅크에 따르면 당시 김정일은 큼직하게 ‘정열, 이것은 위대한 창조의 원천이다’고 김일성이 쓴 종이를 책상 유리판 밑에 깔아놓고 따라 썼다고 돼 있다.

필적 전문가인 이희일 국제법과학감정원장은 “김정은이 어려서부터 김정일의 필체를 견본으로 삼아 흉내 낸 티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듯하게 쓰지 않고 우상향(右上向)으로 올라간 서체는 자기과시형 심리를 나타낸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안하무인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다음 도발 카드는=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일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 2016년 계획’에 따라 새로 개발한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우주개발 1차 5개년 계획은 올해 끝난다. 그래서 ‘2017~2021년 2차 우주개발 5개년 계획’에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다음 단계는 ‘대형 정지위성 발사’다. 광명성-4호가 고도 500㎞ 궤도를 도는 데 비해 정지위성의 궤도는 고도 3만6000㎞다. 지구 자전 속도와 같아 지구에선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며 방송·통신용이나 기상위성으로 이용된다. 인공위성 중 가장 높은 궤도에 올려야 하는 만큼 강력한 추진력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김형구·전수진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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