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찾는다"며 아들 질식사시킨 비정한 아버지

중앙일보

입력

설날에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창녕경찰서는 9일 9살 된 아들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A씨(49)를 검거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설날인 8일 오후 3시쯤 자신의 집 작은 방에서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였다. 이후 검은 비닐 봉지를 씌운 뒤 손으로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6년전 베트남인 아내가 가출하면서 그동안 자신의 어머니·아들과 함께 생활해왔다. 사건 당일 어머니는 명절을 보내기 위해 서울에 있는 큰 아들 집으로 간 상태였다. 집에는 A씨와 아들만 있었다. A씨는 경찰에서 “아들이 가출한 엄마를 자꾸 찾아 화가 나 수면제를 먹인 뒤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워 숨지게 했다”며 “처지를 비관해 함께 죽을려고 저도 수면제를 먹었다”고 진술했다.

A씨 부자는 설을 맞아 인사차 들른 사촌동생에 의해 발견됐다. 사촌동생은 당시 설인데 대문이 잠겨 있고 인기척이 없어 담을 넘어 집에 들어간 뒤 A씨가 아들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신에서 구타 흔적이나 상처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10일 아들의 시신을 부검해 질식 외 추가 사인이 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A씨가 정신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창녕=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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