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과열…덥썩 물다간 덤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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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법원 부동산 경매시장이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 서울 강남.목동 등지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첫 회에 수십 명이 달려들어 시세보다 비싼 값에 낙찰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3회 유찰 뒤에야 사람이 몰리던 상가도 최근엔 첫 회 낙찰이 늘었다.

경매시장에서 '찬밥 신세'이던 연립.다세대주택도 20~30명이 응찰하는 게 예사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의 흐름을 가늠하는 ▶첫 회 낙찰 ▶감정가 이상의 고가 낙찰 ▶경쟁률 등 세 가지 지표가 이미 과열권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지난해 시장 침체기에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이 앞으로 쏟아질 것인데도 투자자들이 성급하게 고가로 낙찰하려 한다"고 말했다.

?첫 회 낙찰 늘고=서울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1월 신건 낙찰이 두 건에 그쳤으나 지난달 6건으로 늘더니 이달 들어선 보름 만에 9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14일 5억원에 입찰에 부쳐진 강남구 개포 주공 5단지 25평형은 첫 회인데도 감정가보다 8800만원이 높은 5억8808만원에 낙찰됐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한신 4차 33평형은 12일 첫 입찰에서 24명이 응찰해 감정가(5억4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을 더 써낸 사람이 주인이 됐다. 디지털태인 이영진 부장은 "첫 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122%는 드문 기록이라 응찰자들이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같은 날 양천구 목동 5단지 35평형도 첫 입찰에 감정가보다 2000만원 높은 6억3000만원에 팔렸다. 이달 경매에 나온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32평형과 35평형은 모두 첫 회에서 감정가보다 3000만~5000만원 비싼 7억5273만원과 7억3660만원에 주인을 찾아갔다.

상가.연립주택도 신건 낙찰이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4층짜리 상가는 최근 첫 입찰에서 5명이 경합해 감정가보다 2억2500만원 많은 11억7033만원에 낙찰됐다. 11일엔 서울 광진구 노유동 연립주택이 신건인데도 22명이 경쟁해 감정가(1억6500만원)를 훌쩍 넘긴 2억1553만원에 주인이 결정됐다.

?고가 낙찰 급증, 경쟁률 높아져=지난해 12월 평균 77.9%이던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이달 들어 83.4%로 높아졌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라아파트 22평형은 14일 2회 입찰에 16명이 참여해 감정가의 97.7%인 3억4210만원에 낙찰됐다. 12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꿈마을 61평형은 10명이 경합한 끝에 감정가(5억5000만원)의 98.5%인 5억4150만원에 주인을 찾아갔다.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 금호베스트빌 58평형은 감정가(4억5000만원)의 95%를 넘긴 4억2819만원에 낙찰됐다. ㈜GMRC 우형달 사장은 "경매에서 낙찰가율이 95% 이상이면 고가 낙찰로 본다"며 "제반 비용과 경매 위험을 감안하면 일반 거래로 사는 것보다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응찰자가 늘어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2월 평균 응찰자 수는 4.8명이었으나 이달엔 6.4명으로 늘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주공아파트 23평형은 11일 1억6000만원에 경매에 나오자 47명이 달려들어 감정가 이상에 낙찰됐다. 같은 날 인천시 중구 신흥동 아이파크 아파트 23평형도 45명이 경쟁을 벌였다. 다세대주택에도 투자자가 몰려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다세대주택 15평형은 15일 35명이 경합을 벌였다.

?왜 그렇고, 대응 전략은=발 빠른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지났다는 인식과 경기 회복 기대감을 갖고 경매시장에 먼저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매 대중화 바람을 타고 일반인들이 가세한 것도 큰 이유다.

그러나 경매 물건이 쏟아지는 초동기여서 시세보다 높은 고가 낙찰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지옥션 조성돈 차장은 "경매 법정의 분위기에 휩쓸려 고가 낙찰을 하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질 수 있다"며 "응찰 예정가의 최소치와 최대치를 미리 정해 그 이상은 쓰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원 감정가를 시세로 잘못 알고 낙찰했다가 보증금을 날리는 경우도 있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현장 조사를 통해 정확한 시세를 파악한 뒤 명도(임차인을 내보내는 절차) 비용을 감안해 응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땅은 경매로 구입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일지라도 허가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농지는 매각결정기일(입찰일로부터 7일)까지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내야 한다. 기한 안에 내지 않으면 낙찰은 불허가 되고 법원에 따라 입찰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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