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당 중앙위·군 한데 모아놓고 "내가 가리키는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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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인민무력부를 방문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모습. [노동신문 캡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3일 노동당의 중앙위원회와 인민군위원회의 연합·확대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당 핵심 기구인 중앙위와 인민군 위원회를 한데 모아 ‘연합·확대’라는 이름을 붙여 이틀간 회의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5월 초 36년 만에 노동당 대회를 열기로 한 김 위원장이 내부 결속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한 2일은 북한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국제해사기구(IMO) 등에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인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한 날이자,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북한 날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군에 최고사령관(김 위원장)의 명령 일하에 하나같이 움직이는 군풍을 세워야 한다”며 “인민 군대는 오직 최고사령관이 가리키는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과 자신에 대한 절대복종을 요구한 셈이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내부 결속을 다져야할 필요를 느껴 회의를 소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이 “당 안에 남아있는 특권과 특세, 세도와 관료주의가 집중적으로 비판됐다”거나 “전당, 전군이 우리의 일심단결을 파괴하고 좀 먹는 세도와 관료주의를 철저히 없애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게 벌려야 한다”고 전한 대목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긴급 소집된 성격이 강하다”며 “당과 군 내의 계파간 다툼과 이권을 둘러싼 알력다툼을 제어할 필요성을 느껴 소집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 대회를 앞두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구도를 탄탄히 하려는 김 위원장이 내부 단속에 나섰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세기를 이어온 반미 전면대결전을 총결산하기 위해서도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일색화애햐 한다”고 강조한 것도 자신의 정통성을 재차 강조하고 충성심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고려대 남성욱(북한학) 교수는 “이번 회의는 당 대회를 앞둔 중간 점검 성격으로 보인다”며 “내부 단속 과정에서 숙청 바람이 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5월 당 대회와 관련, 김 위원장은 지난달 신년사에 내놨던 ‘자강력 제일주의’를 또 내세웠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노동당 제7차 대회를 맞으며 우리 인민에게 안겨줄 승리의 월계관을 마련하기 위하여 모두 다 총돌격, 총매진해나아가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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