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누리과정 예산 3000억 예비비 차등 지급은 치졸한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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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들이 3일 "보육 대란을 막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다. 서울·인천·광주·경기 등 14곳의 교육감들은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리과정 공약 파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대구·경북·울산의 교육감은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경기 등 14곳 시도교육감 긴급 기자회견
대통령 향해 사태해결 촉구…협의기구 구성 제안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육감들은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12년 12월에 '5살까지 맞춤형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말했고 당선인 시절엔 '보육 사업과 같은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도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와 책임"이라며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교육교부금 41조원을 전액 지원했는데도 단 1원도 편성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시도교육청에는 누리과정과 관련해 1원의 추가지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영유아보육법·지방재정법 시행령 등을 고쳐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배정을 의무화한 것에 대해 교육감은 "대한민국은 시행령 국가가 아니라 법치국가다. 시행령으로 법률적 근거가 없는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상위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전날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는 국고 예비비 3000억 원을 교육청에 따라 차등 지급한 것에 대해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사과 한 쪽 갖고 어린 아이들을 길들이는 것과 같이 교육감을 길들여보겠다는 정말 치졸한 방법이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국회가 3000억 예비비를 의견해 통과시킬 때 명확히 '시설 보수를 위한 예산'이라고 얘기했다. 이 예산을 누리과정 등 다른 용도에 사용하면 업무상 배임"이라고도 지적했다.

교육감들은 범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해 근본 대책을 세우자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정부의 교육부·기재부 장관, 국회 여야 대표, 교육감 대표, 보육·유아 교육의 전문가 등이 포함된 범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해 교부율 인상 등 교육재정 전반에 관해서 논의하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또한 논의기구 구성과 별개로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긴급 국고 지원을 해야 한다. 그것은 오직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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