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동·밍투·쏠라리스…‘해외 7형제’가 현대기아차 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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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동·밍투·K2·HB20·i10·i20·쏠라리스….’

준중형 세단 쏘나타·아반떼 모델
화려한 중국 취향 맞춰 변형 생산
러시아선 눈·추위에 강하게 개조
한물간 모델로 작년 110만대 기록

현대기아차가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같은 신흥국에서 팔고 있는 ‘현지 전략차’다. 지난해 100만 대 넘게 팔리며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 현대기아차가 선방할 수 있도록 이끈 ‘무명의 용사’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총 판매량은 801만5745대. 현지 전략차는 랑동(국내명 아반떼MD)·밍투·i10 등이 지난해 110만9835대 팔렸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국내 판매량(124만1621대)과 맞먹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10만대 클럽’에 오른 현지 전략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현지 전략차는 국내에서 만드는 대신 현지 공장에서 철저히 현지 수요에 맞춰 개발·생산했다. 그래서 신흥국 수요가 많은 소형 세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해치백 차량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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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준중형 세단 아반떼·쏘나타를 각각 개량한 랑동·밍투가 실적을 견인했다. 두 차종 모두 크고 화려한 차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 특성에 맞춰 차체와 라디에이터 그릴·헤드램프를 키우고 크롬 소재를 확대 적용했다.

랑동의 경우 흡연 인구가 많은 점을 감안해 뒷좌석에 재떨이를 배치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했다. K2는 소형차지만 준중형차인 K3 수준의 휠베이스(축간거리)를 갖춰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경차 수요가 많은 인도·유럽 시장은 준중형 해치백 ‘i30’의 축소판인 ‘i10’과 ‘i20’로 공략했다. 2007년 인도 공장에서 처음 생산한 i10은 현대차 최초의 현지 전략차다. 경차지만 동급 최대 수준 휠베이스(2.38m)를 확보했다.

i20은 ‘부메랑’ 모양의 후면 램프, 차체와 다른 검정색을 적용한 C필러(지붕과 차 뒷부분 연결 부위)를 적용하는 등 젊은 느낌을 살려 20~30대에게 인기를 끌었다.

브라질 시장에선 소형 해치백 ‘HB20’이 효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GM·포드·폴크스바겐을 제치고 단일 차종 판매 1위에 올랐다. 바이오에탄올·가솔린 연료를 함께 쓰는 현지 특성을 고려해 혼합연료 엔진차로 만들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한 대를 만드는데 투입하는 모든 부품을 하나의 박스에 담아 만들도록 하는 등 좁은 현지 공장을 HB20 생산에 맞도록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에선 혹한의 추위를 고려한 전략 차종을 선보였다.

소형차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에 낮은 기온에서도 시동을 잘 걸 수 있는 배터리, 4L 대용량 워셔액 탱크 등을 적용해 눈이 많이 내리고 겨울이 긴 현지 환경에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중형차 이상에 적용해 온 ‘와이퍼 결빙 방지 장치’도 달았다. 2012년부터 러시아 수입차 판매 1위 차종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러시아에서 신형 쏠라리스를 출시한다. 브라질에서도 2017년 초 소형 SUV를 새롭게 선보이는 등 현지 전략차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해외 법인장 회의 때마다 “현지 전략차종을 강화하라”며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올해도 친환경차와 함께 현지 전략차를 불황을 뚫어갈 돌파구로 꼽았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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