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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김무성 vs 이재명’의 공허한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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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임명수
임명수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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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수 사회부문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내놓은 ‘복지 3종 세트(무상공공산후조리원·청년배당·무상교복)’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인기영합이란 비판을 받아온 이 시장의 정책에 대해 집권여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을 하고 나섰다. 대면 공방이 아닌 언론을 통한 간접 설전이 벌어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격의 선수를 잡았다. 김 대표는 지난 25일 당 최고회의에서 작심한 듯 이 시장을 공개 비판했다. 김 대표는 청년배당으로 지급된 성남사랑상품권이 현금화(일명 깡)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 대표는 “시민이 낸 세금을 시장이 개인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 남용하는 포퓰리즘은 악마의 속삭임이자 달콤한 독약”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이 시장이 청년들의 취업 역량을 높인다면서 세금으로 지급한 성남사랑상품권이 일명 깡으로 불리는 뒷거래가 됐다. 세금만 낭비하고 청년들에게 해악만 끼치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치적 비판은 있었지만 실질적 대안이나 해결방안은 빠졌다.

 김 대표의 공격에 이 시장이 곧 발끈했다. 그는 오전 11시30분 갑자기 중앙언론사 출입기자들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다. 오후 2시 이 시장은 “집권당 대표께서 저러니 예우라도 해 드려야 하는데 공개토론이라도 할까요”라고 비꼬았다. 실제 공개토론을 제안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비판한 집권당 대표를 기초자치단체장급으로 깎아내려 한 방 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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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 시장은 도마에 오른 청년배당 등 3대 복지 정책이 단순한 청년지원만이 아니라 지방자치, 지역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혹여 깡이 이뤄지더라도 어떻게든 그 상품권은 성남에서 유통되는 것 아니냐”며 큰소리쳤다. 자기 정책의 정당성을 합리화한 것이다. 김 대표가 너무 침소봉대한다는 논리였다.

 ‘김무성 vs 이재명’ 설전은 이 시장이 원인을 제공했다.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위법인 무상복지3종세트의 예산집행을 이 시장이 강행해 화를 자초했다. 경기도의 재의 요구 지시도 묵살했다. 급기야 성남사랑상품권을 받은 일부 청년이 중고사이트에 현금화를 위해 매물로 내놓으면서 성남시는 사실상 현금을 살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 대표는 격도 맞지 않는 논란으로 이 시장의 지명도만 올려준 셈이 됐다.

 사실 정부와 여당도 청년배당과 비슷한 무상복지정책인 ‘기초노령연금’이 문제 된 적이 있다. 처음엔 연금을 ‘모두에게 지급한다’고 했으나 시행착오를 거쳐 ‘무조건 퍼주기는 안 된다’는 결론을 이미 얻었다. 그런데 청년배당을 놓고 소모적 논란을 되풀이하고 있다. 공허한 정치 공방은 무책임한 처사다.

임명수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