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속 숨은 이야기] ‘프렌치 뷰티’ 형상화한 ‘랑콤 로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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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랑스 여성의 아름다움 표현하려
장미 2만여 종 교배해 새로운 품종 개발
줄기세포에서 피부 활성 성분 발견

화장품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꽃이 바로 장미다. 아름다운 장미와 모델이 함께 등장하는 화장품 광고가 많다. 화장품 브랜드가 유독 장미를 좋아하는 건 장미가 가진 특유의 향과 연약하면서도 우아한 이미지가 이상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장미는 값이 비싼 고급 화장품 재료이기도 하다.

모든 랑콤 제품에 새겨진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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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사랑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프랑스 화장품 랑콤이다. 랑콤엔 장미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화장품에 다양한 형태로 장미가 들어가 있다. 아이섀도나 콤팩트에 장미 문양이 새겨져 있고 장미 향기를 이용해서 향수를 만든다. 다섯 가지 장미의 색을 그대로 사용해서 루즈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런 랑콤의 유별난 장미 사랑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5년 랑콤의 설립자 아르망 쁘띠장의 눈에 한 프랑스 여성이 들어왔다. 그 여성은 멋을 내기 위해 크게 애쓰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자연스럽고 세련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그 이미지는 쁘띠장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는 그 여성에게서 느꼈던 ‘프렌치 뷰티’의 아름다움을 화장품 속에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가 73년 세계적인 장미 전문가 조르쥬 델바르에게 랑콤만을 위한 장미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건 그때 그 여성의 이미지를 재현하려는 생각에서였다.

 조르쥬 델바르는 2만여 종의 장미를 2000번의 조합 과정을 거쳐 교배한 끝에 푸시아 컬러(핑크색의 일종)를 가진 장미를 만들어 아르망 쁘띠장에게 줬다. 그 장미에는 ‘랑콤 로즈’라는 이름을 붙여 이후 랑콤이 만드는 화장품의 모티프이자 원료로 활용했다. 이 장미는 지금도 프랑스 사또 드 라 로이르 지방에서만 자라면서 1년 중 한 번 꽃을 피운다.
 
꽃잎 150장 농축액 넣은 ‘실키 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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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콤 설립자 아르망 쁘띠장

이 랑콤 로즈에서 추출한 성분은 랑콤의 최고급 안티에이징 제품 라인인 ‘압솔뤼’에만 사용된다. 압솔뤼 제품에는 랑콤 로즈의 줄기세포에서 피부에 좋은 효능을 추출해서 넣는다.

 랑콤 장미가 만들어지고 약 40년 후인 2012년 랑콤 연구소는 랑콤 로즈의 줄기세포에 피부에 생명력을 더하는 활성 성분이 들어있다는 걸 발견했다. 새로운 잎이나 줄기를 만드는 생명력이 들어있는 것이 바로 줄기세포다. 연구소는 랑콤 장미의 줄기세포를 추출해서 이것을 퍼모제네시스™이라고 불리는 발효 추출 기술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장미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성분을 증식시킬 수 있어 많은 장미를 사용하지 않고도 화장품에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성분은 압솔뤼 렉스트레 크림과 아이크림에 사용했다. 크림에는 200만 개에 달하는 장미 줄기세포를, 아이크림에는 6만 개에 해당하는 장미 줄기세포 성분을 넣을 수 있다.

 2년 뒤 랑콤 연구소는 랑콤 로즈의 줄기세포를 압축해 추출하는 ‘압솔뤼 프레쎄’라는 기술을 개발해 원래의 줄기세포를 5분의 1로 압축해 피부 속에 흡수시킴으로써 3배 이상의 피부 개선 효과를 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만든 성분은 피부에 더 강력한 안티에이징 효과를 내는 세럼인 ‘압솔뤼 렉스트레 리제네레이팅 얼티밋 컨센트레이트’에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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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랑콤은 새로운 장미 화장품을 내놨다. 다마스크 로즈 꽃잎 150장을 농축해야 단 한 방울이 나오는 고농축 에션셜 오일을 넣은 ‘압솔뤼 프레셔스 셀 로즈 실키 크림’이다. 여기에 사용된 장미는 1년 중 5~6월에만, 그것도 이른 새벽에만 수작업으로 수확한다. 이렇게 수확한 장미 꽃잎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은 피부에 풍부한 영양을 공급한다. 실키 크림이란 내용물의 질감이 실크처럼 부드럽고 가볍다는 의미다.

○ 랑콤 압솔뤼 프레셔스 셀 로즈 실키 크림
150장의 다마스크 로즈 꽃잎을 농축해 만든 에센셜 오일을 사용해 영양감이 풍부하고 질감이 실크처럼 부드럽다. 50mL 37만원.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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