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 논쟁-소로스 대 골드만삭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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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기 침체는 처음엔 극소수 전문가의 주장이었다. 이제는 유명인사와 월가 최대 금융회사 사이 논쟁으로 비화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먼삭스 투자전략팀은 2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퍼지지만 최근 실물 경제 흐름에 비춰 침체 우려나 전망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먼삭스는 “미 경제가 올해 2% 남짓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월가 예상치는 2.5% 정도다. 2015년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고용시장 상황도 좋아졌다. 매달 거의 20만 개 이상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일자리는 소비(내수)의 안정적인 흐름을 말해준다.

골드먼삭스는 “미국의 실물경제 흐름이 좋은데도 최근 주가 하락이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골드먼삭스 진단은 ‘헤지펀드의 귀재’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의 침체 경고에 대한 반박 성격이 짙다. 소로스는 “요즘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2008년을 떠오르게 하는 문제들이 자주 보인다”며 “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근거는 바로 신용 위축이다. 양적 완화(QE)로 돈이 많이 풀렸지만 일반 기업 등이 빌려쓰는 규모는 줄고 있다. 국제유가와 글로벌 주가 하락 탓이다.

소로스보다 먼저 미 경기침체 가능성을 제기한 사람은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 기준금리 인상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신흥국 등의 불안 때문에 미국 수출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여러 가지 요인과 맞물려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 블룸버그 통신이 월가 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침체 확률은 19%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확률 자체만 놓고 보면 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침체 확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흐름을 보면 19%는 2013년 2월 이후 약 3년 새 가장 높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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