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 루푸스 발병시키는 유전자 규명…곧 표적치료제 개발 가능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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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홍반성 루푸스(이하 루푸스)는 정확한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는데다 환자마다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나 ‘천의 얼굴’이라 불린다. 국내 병원 연구팀이 루푸스를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를 규명하고 기존 치료제 외에 루푸스 맞춤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약제까지 찾아냈다.

배상철 한양대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세계적 유전학 학술지인 ‘네이처 제네틱스’에 25일(미국 시각)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배교수팀과 미국 오클라호마 의학연구재단이 공동으로 주도하고 다수의 국내외 대형병원이 참여했다. 한국·중국·일본의 루푸스 환자와 일반인 1만7000명이 대상이 됐다.

연구팀은 기존에 보고된 46개 루푸스 원인 유전자의 유전변이에서 질병과의 연관성을 확인한 데 이어 10개의 새로운 유전자(GTF2I, DEF6, IL12B, TCF7, TERT, CD226, PCNXL3, RASGRP1, SYNGR1, SIGLEC6)의 변이가 루푸스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10개의 관련 유전자를 규명해내 루푸스 유전성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새롭게 규명한 루푸스 유전자 10개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치료약제 56개도 새롭게 밝혀냈다. 이 약제들은 기존 루푸스 치료약제를 포함해 다른 질환 치료약제들도 포함됐다. 예를 들어 유전자 GTF2I는 혈액암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글리벡의 성분인 이마티닙, 시스플라틴에 의해 유전자 활성 여부를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치료약제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최신 전략인 ‘약제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 개념을 루푸스 치료에 적용하여, 루푸스 유전자를 표적물질로 조절하는 효과적인 약제를 개발해낼 전망이다.

배상철 교수는“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는 다수의 유전자 변이가 복합적으로 발생해 생기는데, 이번에 찾은 유전변이로 전체 루푸스 유전성의 24%까지 규명되어 루푸스 발병 기전을 더 깊이 이해함과 동시에 새로운 약제 개발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했다”며 “특히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포함해 중국·일본 등 유전적으로 유사한 동아시아 인에서 얻어낸 결과로 향후 한국인 루푸스 환자의 맞춤치료에 응용할 수 있어 그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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