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천안함 사건 둘러싼 근거 없는 추측·보도 자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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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천안함 사건은 분단국가의 상징적 비극이다.

 2010년 3월 26일 밤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 근무 중이던 천안함이 침몰해 승조원 4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던 이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을 큰 혼란에 빠지게 했다. 사건 이후 수색 및 구조 과정과 침몰 원인 등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를 놓고 논란이 일면서 극단적인 이념 대립 양상으로 이어졌다.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사건”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각에선 ‘천안함 좌초설’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정부의 발표와 정반대의 주장이 신뢰를 얻기 위해선 명확한 자료와 근거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어제 있었던 법원의 명예훼손죄 판결은 사법적 판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서울중앙지법은 “정부가 천안함 사고 원인을 조작했다”며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을 위해 5년6개월간 사건 심리를 하면서 47차례의 공판을 열었다. 모두 57명의 증인을 상대로 신문을 했고 군사 기밀 등이 담긴 각종 문건에 대한 검증 작업과 현장 조사도 실시했다. 재판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사를 다했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를 통해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에 의해 폭발한 것이며, 신씨가 주장하는 좌초설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비록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지만 그 판단을 위해서는 먼저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실관계와 항간에 떠도는 여러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했다”면서 “검사와 피고인들이 신청한 모든 것에 대해 가능한 조사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수중 폭발을 의미하는 물기둥 및 섬광 발생 ▶(북한이 쓴 것으로 추정된) 1번이 표기된 어뢰추진체 ▶구조작업이 이뤄진 위치 등을 조사해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과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신씨가 인터넷 등에 올린 34개의 게시물 중 32개에 대해서는 무죄를, 나머지 두건은 유죄로 판단했다고 해서 신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국민으로서 정부를 감시하는 것은 민주정치의 기본으로서, 표현의 자유는 그 어떤 자유보다 광범위하게 보호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는 것이다.

 올 들어 대한민국을 둘러싼 정치·경제·외교적 사안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핵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이고, 외환 유출에 따른 경제위기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온갖 의혹과 추측으로 사회적 혼란을 유발시키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신씨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이상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정파적 논리는 이쯤에서 그만둬야 한다. 이번 파동도 대한민국이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진통으로 이해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