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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한파·폭설에 하늘도 바다도 막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설·저시정 경보에 항공기 전면 결항
강풍·난기류 특보까지 엎친데 덮친격
바닷길마저 끊겨 제주도 완전 고립
울릉도 생필품 바닥, 동파사고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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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아침 제주공항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면서 공항 전체가 눈으로 덮였다. [사진 뉴시스]

기록적 한파와 폭설 속에 항공기 운항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서해 5도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중단됐다. 빙판길 교통사고, 계량기 동파도 잇따르고 있다.

제주도는 폭설과 강풍의 영향으로 25일 오전까지 비행기 운항이 중단됐다. 한국공항공사는 24일 "제주공항에 폭설과 강풍, 윈드시어(난기류)가 맞물리면서 25일 오전 9시까지 모든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주는 24일 오전 현재 출·도착 항공기 516여 편이 결항된 상태다. 제주공항은 전날인 23일 하루에만 기상관측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많은 12㎝ 이상의 많은 눈이 내려 이날 오후 5시50분부터 활주로를 전면 폐쇄했다.

이날에만 296편이 결항됐고 122편이 지연 운항했다. 이로 인해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떠나려던 관광객 수만명이 발이 묶였고, 일부 승객들은 공항에서 밤을 지새웠다. 관광객 김모(43·서울 평창동)씨는 “오후 12시40분쯤 탑승해 출발한다던 항공기가 오후 7시30분까지 출발하지 못해 7시간 가량을 비행기 안에서 기다렸다”며 “처음부터 비행기에 태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항공사의 대처가 너무 느려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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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폭설로 제주 출도착 하늘길이 모두 끊기면서 제주공항에는 항공권을 구하려는 대기 줄이 이어지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에 내린 폭설도 기록적이다. 24일 오전 9시 현재 한라산 윗세오름에 123㎝, 진달래밭에 113㎝의 눈이 쌓였다. 제주 도심에도 7~26.5㎝의 쌓이면서 제주 전역이 온통 얼어붙었다. 제주기상청 관계자는 “23일 제주시에는 12㎝의 눈이 내렸다”며 “1984년 제주시에 13.9㎝가 내린 이후 32년 만에 10㎝를 넘어선 폭설”이라고 말했다.

바닷길도 모두 끊겼다. 제주도 전 해상에 내려진 풍랑주의보가 풍랑경보로 격상되면서 도항선은 물론 다른 지역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25일 오전 9시 이후 운항 재개 여부는 기상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며 “하늘길을 이용하려는 관광객들은 각 항공사별로 운항 여부를 꼭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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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제주산간 지역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제주공항에서 비행기들이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울릉도는 눈 폭탄을 맞아 고립됐다. 지난 19일부터 24일 오전 9시 현재까지 104.1㎝의 눈이 내렸다. 일주일째 이어진 폭설과 한파 영향으로 육지와의 뱃길이 지난 18일부터 뚝 끊겼다.

생필품 보급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울릉도 20여 곳 슈퍼마켓에서 과일이나 채소, 우유, 참치 통조림 등 생필품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신문 보급도 안된다. 택배 등 우편물도 울릉도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폭설에 한파로 길이 얼어붙어 울릉도 내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폭설 등으로 오징어잡이 어선 등 190척도 피항 중이다.

경북 포항시 등 육지로 나간 울릉도 주민들과 울릉도에서 육지로 나가려는 주민들은 일주일째 발이 묶여 있다. 다행히 의약품과 연료 등은 한 달 치 이상 비축분이 있어 부족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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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제주산간 지역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제주공항에서 공항 관계자들이 비행기 날개에 붙어 있는 눈과 얼음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350여 명의 울릉군 공무원은 눈이 소강상태를 보이면 곧바로 바닷물을 길에 뿌릴 예정이다. 소금 성분이 있는 바닷물을 떠다가 눈 내린 길에 흘려 얼어있는 눈길을 녹이는 울릉도의 독특한 바닷물 제설법이다.

울릉도는 24일 오전 10시30분 현재 눈이 계속 내리고 있다. 영하 9도에 풍랑주의보와 대설경보가 발효 중이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도 최대 25㎝의 폭설내렸다. 24일 오전 광주는 영하 11.5도, 순천 영하 9.9도 등 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2시36분께 광주 시청 앞에서 승용차가 도로에 주차된 1t 트럭 들이받아 2명 다치는 등 빙판길 교통사고 속출했다.

인천 전역에도 한파 경보가 내려지면서 여객선이 통제되고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도 잇따랐다.

24일 인천기상대에 따르면 이날 인천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6도로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전날 오후 6시를 기해 인천 전역에는 한파경보가 내려졌다. 특히 지난 23일 오후 4시를 기해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서해 5도는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서해 상에 3~6m 높이의 파도가 일고 초속 15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면서 인천과 백령·연평 등 섬 지역을 오가는 10개 항로의 여객선 11대 운영도 모두 중단됐다. 풍랑주의보는 25일 새벽까지 발효된 상태다.

수도계량기 동파사고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9시까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접수된 동파 사고만 34건이다. 전날에 접수된 동파사고도 175건에 달한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접수된 동파 발생 건수가 912건이다.

인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수도계량기 동파를 막으려면 가정에선 헌옷이나 솜 등 보온재로 수도계량기 내부를 채우고 비닐 등으로 밀폐한 뒤 수도꼭지를 조금 열어 수돗물을 계속 흘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또 "수도계량기가 얼면 헤어드라이기나 따듯한 물수건 등으로 계량기와 수도관을 골고루 녹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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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천·대구=최충일·최모란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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