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라크·수단·시리아 방문자 미국 ‘90일 무비자 입국’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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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11년 3월 이후 이란과 이라크·수단·시리아를 여행 목적으로 방문한 한국인은 미국 입국 시 별도의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테러범의 미국 잠입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21일(현지시간)부터 비자면제 프로그램(VWP)을 맺은 국가에 대해서도 미국 입국을 위한 조건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한국·프랑스·일본 등 38개국은 VWP를 통해 관광이나 업무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때 인터넷으로 방문신고만 하면 90일까지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 한국의 경우 연간 120만 명 이상이 이를 통해 미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번에 미 정부가 강화한 입국조건에 따르면 VWP 적용 국가 국민이라도 이란·이라크·수단·시리아 등 4개국의 국적을 함께 지니고 있다면 더 이상 VWP 제도로 미국을 방문할 수 없다. 관광 목적의 단기체류를 위해서도 목적에 따른 별도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게 된 것이다.

 또한 VWP에 가입한 다른 국가 국민도 4개국을 2011년 3월 이후 방문했을 경우 무비자 혜택이 사라지고 대사관·영사관의 정식 절차를 통해 개별 입국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지난해 파리 테러 사건과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테러 사건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하는 비자 면제자들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하원은 지난해 12월 ‘2015년 비자면제 프로그램 개선 법안’을 찬성 407, 반대 19로 승인했다.

 다만 국제기구나 해당국 정부,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는 비정부기구(NGO) 업무, 취재 목적으로 이란 등 4개국을 방문한 사람은 이번 조치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미 정부의 조치에 대해 해당 국가는 물론 유럽연합(EU) 국가들도 “무분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는 “이라크 등에서 급진 이슬람단체에 합류한 뒤 미국으로 돌아와 테러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유럽인만 약 5000명이 된다”고 주장했다. VWP를 통해 무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연간 20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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