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에서 자유로운 2016 유럽을 위하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62호 31면

새해가 시작됐지만 유럽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아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테러리스트들이 올해 유럽판 9·11사태를 기획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파리 테러의 공포가 채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사람들은 두려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가 나 있기도 하다. 유럽이 매우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런던·파리·브뤼셀에서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이 커지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지도자들은 신년사 등을 통해 안보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서방에 대한 증오에 가득 찬 살인마적인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와 폭력으로부터 영국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 “자유와 관용, 책임과 충성심 같은 영국의 가치가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관용정신 사이에는 모순과 갈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포감과 증오감이 정책이나 의사 결정을 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캐머런 총리와 마찬가지로 테러에 단호한 입장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프랑스에서 아직 테러리즘은 끝나지 않았다”며 ‘악의 뿌리’인 IS에 대한 공습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시리아에서 IS에 대한 공습의 고삐를 죄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신년사에서 난민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은 당연해 보인다. 지난해 100만 명의 난민이 유입된 독일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 전야에 일어난 극우파의 난민촌 방화 공격과 새해 초 쾰른에서 발생한 난민들에 의한 독일 여성 성폭행 사건은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시리아·아프가니스탄 난민등에 문호를 개방한 메르켈 총리는 난민 수용이 독일이 위대한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반발과 난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2016년은 유럽에 시련의 해가 될 것이다. 일부 국가들은 난민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닫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시리아 내 IS에 대한 공습을 계속할 것이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 남을 것이냐 떠날 것이냐를 결정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많은 도전 중 하나에 불과하다. 복잡하고 풀기 힘든 난제들 앞에서 유럽인들은 유럽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강화하고 유럽을 좀 더 환경친화적이고 평등하면서도 혁신적인 사회로 만들어가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복잡다단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유럽은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면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올 연말에 유럽인들이 2016년을 되돌아보면서 “테러가 우리의 일상을 좌지우지하는 해가 되지 않게 만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커스티 테일러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졸업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