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나쁜 나라’ 김진열 감독 “10대들이 세월호 진실 밝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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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산부곡고

[관계기사] 안산 고교생이 본 영화 ‘나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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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생각보다 담담하게 그린 것 같다. 촬영하다 보면 답답한 적도 많았을 텐데, 수위 조절을 어떻게 했는지.

“어떤 상황에서는 카메라를 들기보다는 내려놓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어떤 기준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상황별로 내가 만약 유가족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카메라를 드는 게 좀 싫겠다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상황에 좀 더 깊은 얘기를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유가족 곁에 있던 시간에 비해 촬영을 많이 하진 않았다. 어떤 날은 카메라로 하나도 기록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내가 기록을 안 하니까 오히려 유가족들이 ‘카메라 갖고 와! 내가 찍을게’라고 한 적도 있었다. 유가족과 가까워지는데 좀 더 초점을 뒀다. 하지만 내가 봐도 너무 분노가 치미는 상황에는 악착같이 기록을 해야겠다 싶어 울부짖는 가족 옆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회에서 같이 노숙을 하며 관계를 쌓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는 카메라를 옆에 바싹 붙이고 찍어도 덜 미안하고 유가족들도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작업을 하는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다. 처음 이 작업을 내가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했던 그 시기, 갈등이 있었다. 힘들어하는 유가족 옆에서 카메라를 들고 그분들의 어떤 상황을 기록하거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많았다. 근데 막상 시작하고 나서는 유가족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편하기도 했고, 주위사람을 많이 보살피는 평범한 시민이라 괜찮았다.”

-학생들이 많이 보러 온다고 들었는데.

“관객과의 대화를 해도 청소년들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 유가족들에게 어른들을 키우지 말고 학생들을 키워서 이후에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다. 사실은 청소년의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다.”

동행취재한 박소운(왼쪽), 김태윤, 김진열 감독

박소운(왼쪽), 김태윤 TONG청소년기자가 김진열 감독을 인터뷰하고 있다.

-GV(관객과의 대화)에서 학생들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학교에서 영화를 보는 프로그램들이 있는 것 같더라. 원래 선생님이 다른 영화를 선정했는데 학생들이 ‘나쁜 나라’를 보러 가고 싶다고 해 급하게 바꿔 극장을 찾은 경우도 있었다. 그중 세월호 참사로 먼저 하늘로 간 친구들과 똑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했던 얘기 중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참사가 일어났을 때 그들은 제주도 수학여행을 즐기고 있었다고 한다. 수학여행이 끝나고 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오는데 사람들이 ‘쟤네는 살았네’라고 이야기를 했던 것이 그들로서는 상처였다고 울면서 얘기했다. 단순히 그런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상처가 됐다는 게 아니다. 세월호 참사를 당한 아이들도 본인들이 그렇게 될 줄 몰랐지 않나.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먼저 하늘로 갔고 누구는 살아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또래집단이 가질 수 있는 상처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컸던 것 같다. 관객과의 대화를 하면 유가족들도 함께 오는데 학생들이 그 주변을 배회하며 가실 때까지 지켜보는 경우가 있다. 유가족들께 와서 잊지 않겠다고 얘기도 해주고 마트에서 뭐라도 사서 손에 쥐여주는 친구들도 많다. 그런 마음들이 오랫동안 남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려면 적어도 10년에서 30년은 걸릴 거라는 얘기를 한다. 세월호 참사로 먼저 하늘로 간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인 청소년들이 참사의 현장을 언론매체를 통해 목격을 했다. 목격자로서 청소년들은 진실을 알기 위한 과정에 함께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지금의 10대가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될 거고, 그러면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을 나이가 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아가는 데 청소년들이 그 역할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6년 올해 감독님께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쁜 나라’는 극장뿐만 아니라 공동체 상영이라고 해서 20~30명 단위의 시민들이 모인 곳으로도 영화를 들고 간다. 2016년에도 ‘나쁜 나라’를 들고 많은 시민을 만나고 싶다. 관객을 만나러 갈 때 유가족도 항상 함께 하는데, 유가족들이 시민들을 만나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어떤 식으로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아가는 데 ‘나쁜 나라’가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

글=박소운(안산부곡고 2)·김태윤(안산부곡고 1)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부곡고지부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도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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