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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천사들의 마지막 보금자리 지켜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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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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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공동시집을 낸 박미향(오른쪽 둘째) 한국베이비박스문인협회 이사장과 회원들. [프리랜서 김성태]

‘똑똑! 거기 아무도 안 계시나요/눈물로 외쳐보는 어린 천사들/두리번두리번 누굴 그리 찾는 걸까/(중략)/이제! 그만/이유 없이 대가 없이 마냥 아빠 엄마가 좋아서/찾아온 천사들에게 두리번두리번 그 빛나는/눈동자를 흔들리게 하지 말고 항상 든든히/지켜보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세요’

시인 21명 베이비박스 돕기 한뜻
공동시집 수익금 운영비 보태기로

 지난 13일 충북 충주에서 만난 박미향(46) 한국 베이비박스문인협회 이사장은 시 한편을 소개했다. 문학회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이미선(40) 시인의 ‘이제! 그만(베이비박스 안 천사들의 눈물)’이란 시다. 지난해에 이어 시인 21명이 참여해 출간한 공동시집 『베이비박스에 희망을 싣고-제2집』에 수록된 시 중 하나다.

 베이비박스문인협회는 2014년 말 박 이사장의 제안으로 출범했다.

 “우연히 신문에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게됐어요. 아들 둘을 둔 엄마 입장에서 ‘오죽했으면 아기를 버렸을까. 버려진 아이는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섰어요. 버려진 아기의 마지막 보금자리인 베이비박스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심어주기 위해 공동시집을 내기로 했습니다.”

 이에 공감한 동료 시인들이 하나 둘씩 연락을 해 왔다. 20명이 동참해 지난해 1월 첫 공동시집 『베이비박스에 희망을 싣고』가 나왔다. 공동시집에 참여한 회원은 모두 등단 시인이다.

 모두 206편이 수록된 이번 2집에는 30~60대까지 21명의 시인이 참여했다. 지난해 말 책을 발간한 뒤 한 사람당 30여 권씩을 받아 직접 판매하고 있다.

 “책도 안 팔리는 마당에 누가 시집을 사겠냐, 생색만 내고 끝내는 것 아니냐. 걱정도 많았지요. 하지만 시인 한 명 한 명이 희망전도사가 되어 베이비박스를 알리는 데 한 뜻이 됐어요.”

 책을 그냥 주기도 하고, 주는대로 책 값을 받기 때문에 시집 판매 수익금은 적다. 1집은 1500권(1만5000원)을 찍어 290만원을 서울에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전달했다. 올해 2집의 판매 목표는 1000부. 박 이사장은 “시집 한 권 내기 어려운 가난한 시인들이지만 시집 판매금이 베이비박스 운영에 기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16일 충주시 수안보면에서 공동시집 출판회를 연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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