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음식점 생존, 274곳 중 74곳…한식보다 분식이 성공률 더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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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4만3100명. 지난해에만 아파트 1541가구가 새로 생겼다. 2차선 소방도로를 낀 50여㎡ 상가를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이면 구할 수 있다. 음식 장사가 잘 된다는 인구 46만에 들안길까지 낀 대구 수성구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식당 창업을 준비 중인 변재연(26)씨는 이런 평가를 받는 대구시 북구를 창업 예정지로 두고 있다. 경북대학교와 경북도청 주변, 아파트가 밀집한 북구 칠곡 일대 상가를 보고 있다. 그는 “직장을 은퇴한 아버지와 같이 장사할 생각”이라며 “한식·중식·일식을 가리지 않고 프랜차이즈로 창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북통계청 대구 북구 창업 조사
2010년 연 곳 중 27%만 살아남아
유사 식당 인근 피해야 생존 유리
주차 단속 적은 골목이 경쟁력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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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씨처럼 대구 북구에 음식점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은 다음 분석 결과를 주목하자. 음식점 창업 후 생존율이다. 동북지방통계청은 이달 초 대구 북구를 표본으로 정해 2010~2014년 5년간 음식점 창·폐업을 추적해 발표했다. 12일 이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74곳, 2011년 239곳 등 2014년까지 5년간 북구에선 1176곳의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10년 창업한 음식점이 2014년 말까지 5년간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인 곳은 27%에 그쳤다. 2010년 그해 25곳이 문을 닫았고 이후 매년 40곳 이상 폐업해 5년간 200곳이 장사를 접었다. 2011년과 2012년 창업한 음식점 역시 1년에 30~40곳이 문을 닫으면서 2014년 말까지 4년 만에 159곳, 3년 만에 126곳이 간판을 내렸다.

 살아남은 음식점은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식점이 가장 많았다. 2010년 창업해 5년간 생존한 음식점의 29.4%가 떡볶이 등을 파는 분식점이었다. 중식과 일식, 양식이 26.7%로 다음을 차지했다. 한식업의 생존율은 26.1%로 간판 내린 가게가 가장 많았다. 동북지방통계청 측은 “분식점은 5년간 68곳 가운데 20곳이 살아남았고 한식업은 176곳이 창업해 46곳이 생존해 있다”며 “숫자로만 보면 음식값이 저렴하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음식을 골라 창업하는 게 유리하다”고 풀이했다.

 ◆망하지 않으려면=재능 기부로 음식점 창업을 돕고 있는 김창일(41) 가야축산 대표는 “빨리 망하는 음식점의 가장 큰 특징은 40% 가까운 창업자금 대출, 주변 경쟁 음식점 가격만 보고 동일한 메뉴로 비슷한 가격을 받고 무작정 창업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창업을 앞둔 시민들에게 5가지 망하지 않는 팁을 귀띔했다. ①커피전문점을 차리려면 바리스타가 돼야 하듯 음식을 공부해야 한다. ②동일한 음식을 파는 유사 식당 밀집 지역은 피하는 게 좋다. ③음식점 테이블 위치를 주방에서 가깝게 만드는 등 창업 후 인건비 절감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④창업 초기 이익을 최소화해 서비스를 많이 줘 가게를 늘 사람으로 북적이게 하여야 한다. ⑤주차 단속이 상대적으로 적은 골목 상권에 가게를 얻는 게 경쟁력이 있다는 등이다.

 김 대표는 18곳의 한우 전문점 등 음식점 창업을 도와 성공시켰다. 경북대 평생교육원에서 예비 창업자를 상대로 강의도 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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