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0년 연속 세계 1위 인천공항을 누가 망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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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천공항의 수하물관리시스템은 오류로 승객의 짐이 실리지 않을 확률이 10만 개당 0.7개다. 세계 공항 평균은 14.6개다. 이는 인천공항이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0년 연속 1위를 한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이 시스템과 10여 년간 쌓은 수하물 관리 노하우로 중국·중동 등에 건설하고 있는 신규 공항으로 수출길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지난 3일 벌어졌던 수하물 대란이 뼈아픈 데는 수출경쟁력을 갖춘 서비스산업의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는 것도 있다. 서비스 수출은 제조업과 달리 ‘시간의 축적’이 관건이다. 오랜 노하우와 무결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천공항 시스템은 10여 년간 신뢰를 쌓은 서비스 자산이었다.

 이에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은 시급한 문제였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원인 규명과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늦게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국토부 주변에선 이번 사고가 단순 시스템 에러가 아니라 정부의 항공정책 실기와 잇따른 낙하산 인사로 인한 경영 난맥상이 원인으로 지적되는 마당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인천공항은 투자 시기를 놓쳐 발목이 잡혀 있다. 인천공항 여객처리능력은 4400만 명. 그러나 이미 2014년에 여객수가 4500만 명을 넘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6200만 명 처리 규모의 제2터미널은 지난해 완공됐어야 한다. 그러나 이게 2017년 말로 늦춰지면서 과포화를 해소할 수 없게 됐다. 경영 난맥은 국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공기업 경영 평가에서도 2012년까지 A등급이었지만 낙하산 사장이 간 2013년부터 B, C등급으로 떨어졌다. 허브공항 주요 지표인 환승률은 2013년 18.7%에서 지난해 15%대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낙하산인 정창수·박완수 전 사장이 잇따라 선거 출마를 이유로 1년 안팎 만에 떠난 탓에 내부 기강이 해이해졌다. 이러다 사고가 날 것이라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터다. 동북아는 지금 허브공항 쟁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