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성공단의 성공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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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개성공단 착공식은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사업의 첫걸음이다. 이 사업은 남쪽의 자본과 기술, 북쪽의 토지와 노동력이 결합한 남북합작의 첫 개발계획이다.

민족공조 사업의 시금석이 될 이 공단의 성패는 앞으로 잇따를 남북 경협사업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때문에 개성공단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 착공식이 준공식으로 이어지고, 또 성공적인 남북 경협사업으로 자리잡아 민족화합과 공동번영의 모델이 되기 위해서 북측은 먼저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그중 선결과제는 북핵 문제다.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아무리 남북 양측이 이벤트성 착공식을 한다 해도 그 전도는 매우 불투명하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이 지속될 경우 어느 기업이 개성공단에 선뜻 투자를 결심하겠는가. 북측은 바로 자유사회 기업인들의 투자행위를 결정하는 요소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당국과, 당국의 지원을 받는 업체가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해도 기업인들이 투자위험이 큰 곳에 자본을 투자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하면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착공식이 아무리 성대한들 소용이 없다. 정부도 이 점을 북측에 분명히 알려야 한다. 정부가 대내외적인 정치적 필요성에서 착공식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사업의 본격 추진은 핵 문제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측에 주지시켜야 한다.

정부가 이 사업을 북핵과 무관하게 진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오판이 될 것이다. 국제정세가 이를 용납하지 않는 추세인 데다 대북 비밀송금의 여파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남북 공동의 번영의 장(場)으로 발전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북측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