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최대변수 勞-政 "기관사를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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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기관사를 잡기 위해 정부와 노조가 치열한 물밑 싸움을 하고 있다.

정부는 30일 파업 사흘째를 맞아 43%선에 머물고 있는 열차 운행률을 끌어올려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선 기관사 확보가 필수조건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파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파업 참여 기관사의 복귀를 허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기관사의 경우 통신.전기 등의 다른 인력과 달리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사실상 이번 철도노조 파업의 핵심이다.

기관사 확보 싸움에서 현재로선 노조가 확실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철도청의 기관사는 모두 5천1백11명. 이중 일반직 5백61명을 제외한 노조원 4천6백50명 중 4천2백66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율이 91.7%로 노조원의 파업 참여율 46.5%의 두배에 달한다. 정부가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비상 수송계획을 마련해도 더 이상 운행률을 높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 정부는 현재 기관사들의 복귀를 종용하고 싶어도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이는 기관사들이 휴대전화를 모두 끄고 , 5~10명씩 조를 편성해 강성 노조원과 함께 제부도 같은 섬이나 지방의 콘도 등에서 단체합숙하라는 노조의 지침을 따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30일 "노조원 중 기관사들의 응집력이 가장 강하다"고 했다. 그는 또 "섬이나 콘도로 이동했다면 자체 비용으로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현재 노조의 발빠른 대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 반전을 위해 기관사 가족이나 친지들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호소하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철도청 관계자는 "기관사와의 직접 연락은 완전히 끊긴 상태고 가족들의 반응도 차갑다"고 전했다. 철도청에서 핵심 인력이라 할 수 있는 기관사들의 자존심과 수차례의 파업 경험이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정부 측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관사 대체 인력을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서울시 지하철 공사 측에 파업 전부터 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지하철공사가 민주노총 소속이어서 노조 측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30일 1백50명의 인력을 지원하기는 했지만 철도청은 현직인 22명만 즉각 현장에 투입할 수 있고, 퇴직자와 부기관사 1백28명은 일정한 교육을 거쳐야만 열차 운전을 맡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운행 차질은 상당기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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