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미끄러졌는데 척추 골절, 뼈가 텅빈 탓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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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호 22면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김모(51·남)씨는 얼마 전 집안에서 넘어졌다. 살짝 미끄러진 것이라 아파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넘어진 후 보름이 지나자 소변을 누기 어려울 만큼 통증이 밀려왔다. 밤에 부랴부랴 병원을 찾은 김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척추 골절. 그는 응급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집안에서 미끄러졌는데 척추골절이라니, 믿기 어려웠다.원인은 ‘뼈’였다. 수술중 중 뼈 상태를 살펴봤더니 겉은 멀쩡했지만 뼛속이 텅텅 비어 있을 정도로 부실했다. 한양대구리병원 정형외과 박예수 교수는 “뼈의 밀도가 현격히 낮은 사례”라며 “최근 가벼운 외상에도 쉽게 골절이 발생하는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겨울철 골절로 고생하는 중년이 많다. 빙판길에서 넘어지거나 등산과 스키 같은 겨울스포츠를 즐기다 골절상을 당하기 일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13)에 따르면 골절 환자 중 50대 이상이 절반(49.1%)을 차지한다.


신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최대 골(骨)량에 도달한다. 여성은 40대 중반까지 유지되다 폐경기 전후 급격히 골량이 감소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크게 줄면서 골밀도에 영향을 미친다.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안화영 교수는 “여성과 다르게 남성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지 않는다”며 “서서히 감소하다 70세 전후에 뼈를 생성하는 조골세포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고관절 골절후 1년 내 사망률 남>여뼈는 바깥쪽의 매끈한 피질골과 안쪽 스펀지 형태의 해면골로 이뤄져 있다. 해면골에 구멍이 많고 구멍 크기가 넓을수록 뼈 무게가 줄고 강도가 약해진다. 뼈 건강은 보통 골밀도 검사로 측정한다. 골밀도를 재서 점수(T점수)가 -2.5 아래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한다. 뼈의 강도가 약해져서 골절이 쉽게 나타날 가능성이 큰 상태다. -1.0~-2.4는 골감소증, -1.0 미만은 정상이다. 그동안 골다공증은 여성 질환이란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골감소증, 골다공증에 시달리는 남성이 많다. 박 교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남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이 2009년 4.9%에서 2014년 7.8%로 늘었다”며 “남성은 여성보다 검사율이 낮아 조기 발견과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뼈 건강에 소홀하다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했을 때다. 척추와 손목, 고관절(엉덩관절) 순으로 잘 부러진다. 족부와 어깨, 무릎도 골절되기 십상이다. 60대 초반에는 척추 골절이 자주 발생하지만 70대가 되면 고관절 골절 발생 빈도가 잦다. 골절 발생은 뼈가 얇고 약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그러나 사망률은 얘기가 다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골대사학회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했더니, 고관절 골절을 경험한 후 1년 내 사망한 비율은 남성(21.0%)이 여성(14.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여성보다 10년 정도 더 늦게 골다공증이 생긴다. 더 노쇠한 상태에서 골절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망 및 장애의 위험이 더 높다.


노년층, 골절수술 후 치매 생기기도고관절 골절이 무서운 이유는 일어서고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고관절은 골반으로 전달되는 체중을 지탱한다. 또 걷고 뛰기 같은 다리 운동이 가능하도록 관절의 각을 만든다. 이로 인해 골절되면 꼼짝없이 누워있을 수밖에 없다.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전득수 교수는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으면 근육이 금방 말라버리고 뼈가 약해진다. 심폐기능과 호흡 이상으로 폐렴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십상”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노년층에서는 골절상으로 수술하면 외상 후 증후군이 찾아오기 쉽다. 정신적 충격과 감정의 변화를 겪는 일이 흔하다. 전 교수는 “노년층에서는 근골격계·뇌·심혈관계 건강이 모두 밀접하게 연결된다”며 “골절 같은 외상을 겪고 난 후 치매가 오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나이가 들수록 골절의 위험이 높은 골감소증·골다공증의 예방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특히 남성 골다공증은 특정한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천식과 류머티스성 및 피부 질환으로 스테로이드 제제를 장기 복용하거나 항경련제를 상용할 때 생긴다. 저체중, 운동부족, 과다한 음주와 흡연 등도 골다공증을 부른다. 이럴 때는 골다공증 치료에 앞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스테로이드 제제를 대체 가능한 다른 약으로 바꾸는 식이다. 안화영 교수는 “골다공증을 치료하려면 적합한 약물 치료와 함께 운동, 비타민D 및 칼슘 보충 같은 보존요법을 병행한다”고 말했다.


칼슘·비타민D 보충하고 낙상 주의 칼슘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식품으로 불충분할 땐 칼슘 보조제가 도움이 된다.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를 위한 1일 칼슘 섭취 권장량은 폐경 전 여성과 50세 이전 성인 남성이 800~1000㎎, 폐경 후 여성 및 50세 이상 남성이 1000~1200㎎이다. 비타민D는 햇볕을 쬐면 생성된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충분하지 않아 비타민D 보조제를 먹기도 한다. 과도한 음주는 제한하고 흡연자는 반드시 금연한다. 운동도 뼈 건강을 돕는다. 하루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에어로빅은 골량 증가에 효과적인 운동이다. 골다공증이 심한 사람은 수영, 가벼운 산책이나 걷기, 자전거 타기가 제격이다.


겨울철에 골다공증성 골절이 많은 이유는 낙상 탓이다. 외출 시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두껍고 무거운 옷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개 겹쳐 입는다. 지팡이나 등산용 스틱으로 땅을 지지하고 걸으면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크고 작은 낙상이 자주 일어나는 집안에서는 곳곳에 붙잡을 수 있는 지지대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년층에게 흔히 생기는 눈 질환인 백내장은 시력을 떨어뜨린다. 낙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치료하는 게 좋다. 박 교수는 “골감소증·골다공증은 특정 증상이 없다. 여성은 폐경기, 남성은 70세 이상이 되면 골밀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50·60대라도 가벼운 외상에 쉽게 골절된 경험이 있을 시엔 미리 예방할 것”을 권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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