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산동 염색단지 35년 악취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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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6일 대구시 비산동 대구염색산업단지. 공장 입구마다 흰색 두루마리 원단을 내리는 차량이 늘어서 있다. 염색 주문을 받은 물량이다. 공단 안에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염색 후 원단을 다림질하는 공정에서 주로 나온다. 인근 60대 주민은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악취가 여전히 주민을 괴롭히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126개 업체 가동, 매달 민원 250건
대구시, 올해 농도 센서 20곳 설치
업체와 자율저감협약 체결 추진
전기집진설비 설치 지원도 검토

 대구시와 서구가 염색업체에서 나오는 ‘악취’ 잡기에 나선다. 주민의 민원이 이어지는 데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물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것은 악취 감시시스템이다. 염색산단 주변 20곳에 악취 물질별로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연말까지 설치한다. 측정한 자료는 구청 서버에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특정 물질의 농도가 치솟을 경우 센서 인근의 해당 물질 취급업체를 찾아 단속한다. 지금까진 정기점검 때나 주민이 신고할 경우 측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스템 구축비는 7억3000만원이다. 이현주 서구 대기개선담당은 “기록이 쌓이면 특정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업소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다음달 중 입주업체와 악취 자율저감협약을 체결한다. 업체 스스로 배출시설을 개선해 악취를 줄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명으로 구성된 주민 악취모니터단도 운영한다. 시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공해 해결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1980년 조성된 염색산단에는 현재 126개 업체가 가동 중이다. 문제는 염색 후 구겨진 원단을 뜨거운 열로 펴는 과정에 톨루엔·아세트알데히드 등 유독물질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염색산단 열병합발전소에서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이 나온다. 이 물질은 매캐하고 시큼한 악취를 풍긴다. 배출시설을 가동해 거르고 있지만 업체가 밀집한 탓에 냄새가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주요 악취 피해지역은 염색산단과 인접한 비산7동·평리6동이다. 1만여 가구에 2만10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흐리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악취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라고 호소한다. 구청에 접수되는 민원만 월 평균 250건에 이른다.

 시와 구청의 대책에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악취 농도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어 제때 단속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근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악취 배출 허용기준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현행 악취방지법은 복합악취(두 가지 물질 이상에서 나오는 악취)의 배출구 허용기준을 100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1000배 희석할 경우 냄새가 사라지는 수준을 말한다. 주민 최경식(56)씨는 “배출 기준이 느슨해 단속을 하더라도 걸리는 업체가 없다”며 “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점문 대구시 환경정책과장은 “악취 제거 효율이 뛰어난 전기집진설비를 설치할 필요도 있다”며 “업체에 시설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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