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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외국자본까지 달려드는 창고임대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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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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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캐나다와 네덜란드 연금이 국내 물류센터에 최대 1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창고사업 수익이 얼마나 된다고 많은 돈을 들일까 의아해 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돈벌이가 좋으니까 투자를 결심하게 된 것 아니냐는 소리다. 투자금으로 전국 주요 대도시와 항구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해 대대적인 창고임대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창고임대업이 어떤 사업이기에 외국자본까지 덤벼들까. 그동안 대형 물류센터는 큰 유통회사가 자사 물품 보관용으로 갖고 있었을 뿐 대단위 임대용 물류센터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투자자본이 유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물류사업에 투자하는 리츠(REITs : 부동산투자회사)가 8개나 됐다. 1~2개에 불과하던 예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들은 완공된 창고를 사들이는가 하면 직접 물류센터를 짓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투자자본이 물류창고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큰 창고단지가 곳곳에 만들어지면 중소 창고사업도 성행하는 법이다. 물류창고 임대사업은 개인투자용 상품으로 꼽혔다. 도시외곽이나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인근의 싼 땅에 중소규모 임대용 창고 건설붐이 일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창고임대사업은 황금기를 맞았다. 서울 근교 그린벨트 논·밭에는 온갖 창고가 들어섰고 지방 도시 근교에서도 창고단지가 쉽게 눈에 띈다.

 창고임대업이 돈벌이가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너도 나도 창고 짓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그린벨트에는 온실이나 동·식물 보관소로 위장한 불법 창고임대업이 성행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그린벨트 내에 새로 생긴 건축물이 최근 2년 동안 6500여 건에 이르고 이중 대다수가 불법 창고라고 시 관계자는 말한다. 더욱이 2014년 서민경제 지원 차원으로 불법 창고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를 2017년까지 유예하는 바람에 대도시 근교 근린벨트 내의 불법 창고는 더 늘어났다.

 창고수요 증가로 그린벨트 땅값이 엄청 올랐다. 서울 인접 A급 지역은 3.3㎡당 300만~500만원이고 B급지도 200만~300만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20~30% 가량 뛰었다. 이런 땅에 지은 창고의 임대료는 대개 3.3㎡당 2만~2만5000원 정도다. 이 수준이면 총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연간 6~7%다. 그린벨트 내 창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땅값이 많이 올라 이를 감안한 수익률은 연간 20~30%쯤 된다는 게 창고전문 부동산업소의 얘기다.

 창고 임대사업이라고 다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행강제금 유예기간이 끝나면 상황이 달라질지 모른다. 불법 건축물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합법적인 창고만이 살아남게 된다. 대자본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 불법창고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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