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의 '독' 공천장사 묻지마 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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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천=당선 등식'이 성립한다는 영남의 한나라당, 호남의 열린우리당.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에겐 공천 받으려는 출마 희망자의 발길이 벌써 끊이질 않는다. 경남의 A지역 출마 희망자는 "연봉 5000만~6000만원짜리 자리를 얻는 데 사실상 공천권자인 지역 국회의원에게 그 정도 돈은 집어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꼭 돈이 오가진 않더라도 국회의원한테 표를 모아주겠다는 충성서약을 해야 공천 받을 수 있는 풍조도 경계해야 한다. 국회의원 입장에선 기초의원을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대비한 지역조직책으로 삼고 싶은 유혹도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돈'과 '표'의 잣대로 공천을 하려 하면 모처럼 지방정치에 몰리는 실력파 일꾼들의 발길이 끊어질 것이다. 유권자의 묻지마 투표는 후보자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없기 때문에 생긴다. 2002년 지방선거 때 특히 유행했다. 그때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광역의원▶기초단체장▶기초의원 등의 네 사람을 뽑았다. 한 사람만 선택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보다 훨씬 복잡한 데다 그 많은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알기도 어렵다. 그래서 예컨대 광역단체장 후보에서 기호 1번을 찍으면 그 다음 항목도 무조건 차례로 1번을 찍는 게 묻지마 투표였다.

5.31 지방선거에선 선택해야 할 항목이 6개로 늘었다. 기존의 4개 항목에다 ▶비례대표 광역의원▶비례대표 기초의원을 뽑기 위한 정당투표가 추가됐다. 이번 선거에서의 묻지마 투표는 제 돈을 마구 쓰는 행동과 같을 것이다. 자기가 내는 지방세에서 연봉 4000만~7000만원을 떼어 받아가는 지역 살림꾼을 마구 선택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 특별취재팀=전영기(팀장).이재훈.양영유.김창규.전진배.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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